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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베트남 AI 해커톤…IT 인재 키워 글로벌 개발 허브 노린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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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과 클라우드 활용 역량을 겸비한 개발자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쟁이 동남아 시장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이 베트남 현지에서 대규모 AI 해커톤을 열고 인턴십까지 연계한 것은 향후 글로벌 서비스 개발 거점으로 베트남을 육성하려는 중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기 이벤트가 아닌, 네이버형 AI 인재 공급망 구축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12일, 베트남 현지 IT 인재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진행한 네이버 베트남 AI 해커톤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네이버 커넥트재단이 축적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교육 노하우를 기반으로 네이버 베트남과 공동 설계됐으며,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됐다.  

대회에는 하노이과학기술대학 HUST, 하노이 국립공과대학 VNU UET, 호치민기술대학교 HCMUT 등을 포함해 베트남 전역의 대학생 1900여 명이 참여했다. 한 해커톤에 1000명을 크게 웃도는 지원자가 몰린 것은 베트남 내 AI와 클라우드 기반 개발 역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이번 해커톤의 핵심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서 실질적인 AI 서비스를 구현해보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예선과 트레이닝, 본선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과정을 거치면서 AI 모델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전 과정을 경험했다. 특히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AI 관련 기능과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처리, 모델 연동, 서비스 배포까지 수행하도록 설계해 실무 환경과 유사한 학습 구조를 갖췄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4주간의 온라인 트레이닝 세션을 웹 트랙과 모바일 안드로이드 트랙으로 분리해 운영했다. 웹 트랙에서는 서버 사이드 로직과 프론트엔드, API 연동을 통해 AI 기능을 웹 서비스에 녹여내는 법을 다뤘고, 모바일 안드로이드 트랙에서는 스마트폰 환경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AI 기능 탑재를 실습했다. 이를 통해 참가 학생들은 단순 코드 작성이 아닌, 실제 사용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설계를 체계적으로 익혔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베트남 대학 커리큘럼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경험과, AI 모델을 서비스 레벨까지 끌어올리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 측은 트레이닝 과정 전반에 걸쳐 코드 리뷰와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해, 참가자들이 단기간에 실무 수준의 개발 프로세스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12월 5일 열린 결선에서는 네이버 베트남 소속 실무진이 직접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네이버 AI 서비스와의 연계 활용도, 문제 해결 방식의 창의성, 코드의 안정성 등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실제 서비스로 확장 가능한지 여부에 맞춰졌다. 이를 통해 상위 팀들은 기술 스택과 기획 능력을 동시에 검증받는 과정을 거쳤다.  

 

네이버 베트남은 최종 1위부터 3위 팀까지 우수팀에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커톤을 통해 선발된 인턴은 네이버 베트남 조직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돼 클라우드와 AI 기반 서비스 개발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단기 수상에 그치는 해커톤과 달리, 글로벌 서비스 개발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베트남은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의 개발센터와 R D 허브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높은 디지털 친화도, 공학 계열 전공자의 꾸준한 배출이 맞물리면서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가 이 지역에서 AI 해커톤과 인턴십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분산 개발 체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대학 연계 해커톤을 통해 현지 인재 풀을 확보하는 흐름도 가속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사 플랫폼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발 생태계를 넓히고 있고, 동남아에서는 현지 스타트업과 협업해 AI 인력을 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네이버의 베트남 AI 해커톤은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교육형 투자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이번 프로그램을 포함해 다양한 AI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에 특화된 부스트캠프, 일상 속에서 AI를 체험하고 활용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스트코스, 초중등 대상 블록형 프로그래밍 플랫폼 엔트리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한국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향후에는 베트남을 포함한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 채용, R D를 엮는 이 같은 시도는 AI 시대 기술 경쟁력을 인재에서 찾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 같은 신흥 개발 거점에서 이뤄지는 AI 교육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네이버의 베트남 AI 해커톤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아시아 지역 AI 개발자 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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