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9.48 사흘 상승…외국인 1,300억 순매수에 코스피, 옵션만기 변동성 속 숨 고르기
서서히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코스피가 8일 사흘 연속 푸른 봉우리 위에 이름을 올렸다. 2,579.48에 장을 마감한 이날, 지수는 0.22% 오름세를 기록했다. 강보합 흐름 속에서도 초여름의 온도처럼 등락이 교차했고, 외국인의 흔들림 없는 매수세가 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이날 코스피는 2,581.27로 문을 열었다. 반도체주 강세가 초반 랠리를 이끌었으나, 옵션만기일의 변동성과 미국 기준금리 동결, 그리고 인공지능 칩 수출 정책 관련 소식들이 시장을 둘러싸며 상승폭을 줄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을 되돌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분주하게 감돌았으나, 곧 규제 완화가 아닌 새로운 규칙 도입 논의에 그침이 전해지며, 반도체주 흐름도 환희에서 관망으로 전환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1,304억 원을 순매수해 내수와 기관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단을 튼튼히 받쳤다. 이에 비해 개인은 199억 원, 기관은 1,707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의 435억 원 순매도가 눈에 띄었다. 투자자들의 손끝에서 시장을 옮기는 공기는, 예측을 유보한 채 하루를 정리했다.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업종별로 엇갈린 밤하늘의 별처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연출했다. 에이피알이 1분기 깜짝 실적으로 28.80% 급등했고, LIG넥스원 역시 10.70% 오름세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1.55%, HD현대중공업은 1.44%, KB금융은 0.96%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보합과 0.26% 약세를 기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48%, 셀트리온은 0.56%, 현대차는 0.27%, 기아는 0.34% 하락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화학 업종이 2.03% 오르며 장을 이끌었고 의료정밀(1.71%), 금융(0.16%) 역시 강세였다. 반면 건설(-1.00%)과 전기가스(-0.79%) 업종은 하락했다. 인터넷 업종 대표기업 카카오는 1분기 실적 부진과 경쟁 격화 우려가 겹쳐 3.52% 뒷걸음질쳤다. 실적 호전주와 대비를 이루며 종목별 희비가 선명했다.
코스닥지수는 729.59로 0.94% 상승했다. 외국인은 878억 원을 순매수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215억 원, 410억 원을 내놓았다. 에코프로비엠이 3.18%, 클래시스가 6.16% 상승하는 등 개별 종목이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반대로 HLB와 에스엠은 각각 3.06%, 2.39%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잔잔하게 방향을 틀었다. 원/달러 환율은 1,396.6원으로 전일 대비 1.4원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 간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가 환율에 안도감을 더한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방산, 화장품, 인터넷 업종 등에서 종목별로 뚜렷한 주가 등락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각각 10조2,360억 원, 6조2,400억 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투자 심리의 온도를 대변했다.
시장은 아직 다음 계절을 예고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는 미리 다가올 실적 발표, 옵션만기 이후의 시장 변동, 그리고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 움직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바람이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흐르는 것처럼, 시장은 대외 변수와 실적 모멘텀 모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투자자들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종목별 실적과 대외 이슈에 귀를 기울이며, 한걸음 신중히 내딛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