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모멘텀 이어가겠다”…코카콜라, 9년 만에 CEO 교체로 글로벌 전략 재정비
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글로벌 음료 기업 코카콜라(The Coca-Cola Company)가 9년 만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체질 개선을 이뤄온 경영 전략을 승계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소비재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코카콜라는 엔리케 브라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차기 CEO로 내정하고, 그가 내년 3월 31일자로 CEO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회사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브라운 COO가 최고경영자로 올라서면서, 기존의 성장 전략과 사업 구조 개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브라운 차기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브라질에서 성장했으며, 1996년 코카콜라에 입사한 뒤 공급망, 마케팅, 보틀링(병입) 운영 등 다양한 조직을 거쳤다. 올해 초 COO로 선임된 이후에는 글로벌 사업 운영을 총괄하며 각 지역 시장을 아우르는 조정 역할을 수행해왔다.
코카콜라와 한국코카콜라에 따르면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및 한국(Greater China & South Korea) 비즈니스 유닛’ 대표를 맡아 한국과 중국은 물론 홍콩, 대만, 몽골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 사업을 책임졌다. 아시아 지역 공급망과 소비자 트렌드 전반을 아우른 경험이 향후 글로벌 전략 수립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카콜라는 동시에 제임스 퀸시 CEO가 내년 3월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한다고 발표했다. 퀸시 의장은 앞으로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지배구조를 감독하며, 경영진과 이사회 간 연결고리를 담당하게 된다.
영국 출신인 퀸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USA) 행정부 시기의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격변의 환경 속에서 코카콜라를 이끌었다. 회사 측은 그가 탄산음료 중심이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스포츠음료, 유제품, 커피 등으로 다각화해, 소비자 취향 변화와 건강·웰빙 트렌드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퀸시가 2017년 5월 CEO로 취임한 이후 코카콜라 연 매출은 100억달러(약 14조7천억원) 이상 늘어 470억달러(약 69조2천억원)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 주가는 62% 상승해 경쟁사 펩시코(PepsiCo)의 주가 상승률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FT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과 비교하면 코카콜라의 주가 상승은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유동성 확대와 기술주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전통 소비재 기업의 성장 한계도 동시에 부각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브라운 차기 CEO는 향후 전략 방향과 관련해 “우리가 우리 시스템으로 구축해온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이라는 표현은 전 세계 보틀링 파트너와 유통망, 현지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코카콜라 특유의 운영 구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경제 매체들은 이번 인사가 글로벌 소비재 업계의 구조적 변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비 양극화와 관세 부담 등으로 공급망과 운영에 대한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주요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진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코카콜라의 CEO 교체도 이러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운 체제 출범 이후 코카콜라가 신흥국 수요와 프리미엄 제품군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브라운의 아시아 및 신흥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망 효율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병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퀸시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지배구조와 전략을 감독하는 만큼, 단기간 내 급격한 전략 선회보다는 점진적 조정과 실행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소비재 시장 내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코카콜라의 중장기 성장 경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