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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길 열렸다"…법사소위, 국가배상 특례법 의결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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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 피해 책임을 두고 여야가 다시 맞붙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민사재심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과거 국가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이들의 구제 여부가 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12월 16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긴급조치 피해자의 민사 재심을 허용하는 내용의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 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심사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서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법안은 과거 긴급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국가배상을 받지 못한 이들을 다시 구제 절차에 서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긴급조치를 근거로 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각하 또는 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특별법에 따라 민사 재판을 다시 받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에 따르면 대법원이 2022년 8월 30일 선고한 긴급조치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각하 또는 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긴급조치 피해자와 그 가족은 민사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의 위헌성과 무효성을 재확인하며 국가 책임 범위를 넓히는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법안은 그 이전에 확정된 판결들에 대한 별도 구제 통로를 열어주는 셈이다.

 

또 법안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형사 재심 절차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민사 특별재심과 국가배상청구를 허용했다. 검찰이 과거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는지 여부 역시 제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로 판명됐다는 점을 전제로, 형사 절차의 결론과 관계없이 피해 구제 가능성을 넓힌 것이다.

 

다만 청구 기간에는 제한을 뒀다. 민사 특별재심 청구와 국가배상 청구는 특별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취지가 과거 확정판결로 법적 구제 수단이 닫혀 있던 피해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추가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다는 점을 반영한 설계다.

 

법안심사1소위를 이끄는 김용민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 처리 일정을 설명했다. 그는 "특별법은 18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한 뒤 본회의에 회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전체회의와 본회의 문턱을 차례로 넘어야 실제 피해자 구제 절차가 가동되는 만큼, 여야 협의 과정에서 세부 조정이나 추가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소위는 이날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규정을 손보는 형법 개정안과 국가 폭력범죄 공소시효 배제에 관한 특별법 등 다른 인권·사법 분야 법안들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 국가 책임 범위와 직결된 쟁점 법안들인 만큼, 각 법안에 대해 별도 공청회나 추가 의견 수렴 절차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특별법을 정식 의제로 올릴 예정이며, 여야 논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을 추진한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 범위와 형사·민사 재심 제도의 정합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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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피해자#국회법제사법위원회#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