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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분야 합의 APEC 전 발표 추진”…조현, 국방비 증액·원자력 권한 확대 시사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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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안보분야 합의를 둘러싼 외교전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 논의의 결과물인 안보분야 합의가 이달 중 먼저 발표될 수 있다고 밝혀, 정치권과 외교 라인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초 통상 합의와 동시 발표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통상협상 교착이 지속되면서 안보 분야 합의부터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조현 장관은 이날 “안보 분야는 이미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통상협상과 함께 타결돼 패키지로 되면 좋지만, 안 되더라도 미측과 협의해 하나씩 발표해 나가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까지는 뭔가 돌파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이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현재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문제 등으로 교착 상태를 겪는 통상협상에 안보분야 합의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의에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체계 도입 등 국방력 증강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조현 장관은 “필요 분야에 국방력을 증가할 수 있고 미국과 합의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증액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원자력 협정 관련 내용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조현 장관은 “원자력 협정 관련해서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이 합의에 담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상협상의 핵심 쟁점인 통화스와프에 대해 조현 장관은 "미국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범위와 한도, 방법 등 구체적 사항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시간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낙관적 분위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조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 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의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지난 9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북한 비핵화 이전에도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미국 측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조현 장관은 “비핵화를 맨 앞의 어젠다로 내세워 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 내 한국인 구금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조현 장관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구금시설 문제 등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국 측과 협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한미 안보 분야 합의가 먼저 발표될 경우,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분위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안보 합의 발표 후 통상협상 등 후속 논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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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apec#한미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