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철, 라오스 산마을 속 삶이 번지다”…세계테마기행, 바람처럼 깃든 공존의 숨결→여정 끝엔 미소만 남았다
아침을 적시는 안개와 바람이 스미는 산골 마을, 그 속을 걷는 우희철의 카메라에는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얼굴들이 담겼다. ‘세계테마기행’이 안내하는 라오스의 소수민족 마을들은 자연과 전통이 맞닿은 풍경만큼이나 사람들의 시간도 고유하게 흐른다. 익숙하듯 낯선 옛 신앙과 노동, 함께 웃고 모여드는 축제의 순간까지, 여행자의 시선은 마을 곳곳에 깃든 삶의 온기와 사연을 조용히 따라간다.
방비엥 몽족 마을은 커다란 석회암산과 비 내리는 들판을 배경 삼아 한 장면의 축제처럼 펼쳐진다. 소싸움 경기로 분주한 마을 광장, 싸움소를 돌보는 손길마다 담긴 가족의 애환, 그리고 손에 익은 농사와 타지로 떠난 뒤 남겨진 그리움까지 몽족만의 시간이 짙게 흐른다. 파인애플밭에서 일손을 더하는 아낙들의 표정에는 흙 내음과 함께 이어온 일상의 흔적이 서려 있다.

루앙남타의 아침시장은 소수민족 각자의 식탁이 교차하는 또 하나의 무대다. 개구리, 장수말벌 애벌레, 낯선 식재료가 진열장을 채우고, 이른 새벽부터 웃음으로 하루를 여는 여인들의 손길에는 오래된 품앗이의 정이 녹아든다. 전기가 닿지 않는 쿠이족 마을에서 나그네를 위한 따뜻한 밥상과 자급자족의 삶이 순박하게 이어진다. 크무족의 논길과 대나무춤 속엔 공동체의 기쁨과 연대, 정을 나누는 보이지 않는 끈이 새겨진다.
또한 퐁살리의 구름 위 마을을 지나는 길목에서 라오스와 중국 윈난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흘러넘는다. 아침시장을 수놓는 밥 냄새, 오래된 차밭을 오가는 푸노이족 여인들의 손끝에는 지난 세월이 응축된 가족사와 공동체 정신이 배어난다. 아카족의 반짝이는 머리장식과 들녘을 누비는 어린아이들, 전통혼례와 평범한 일상마저도 희로애락이 섞인 하나의 성장담이 된다.
짙은 몽족의 신앙과 정성과, 무앙라 절에서 이어지는 소박한 의례까지. 우희철은 카메라 셔터 속에 흐르고 웃고 이별하는 얼굴들을 기록하며, 서로 다른 시간과 믿음, 축제와 일상이 대화하듯 어우러지는 진짜 ‘공존’을 마주한다. 장례식장에 남은 배려, 작은 축복의 실 한 올에도 살아 있는 이의 위로와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라오스 소수민족의 세계는 자연과 전통, 현대와 과거가 함께 숨쉬는 감동의 무대였다. 절벽 위 남송강 전경, 빗속의 논두렁, 곁에 선 가족들과 이방인의 온기가 아름답게 차오르는 순간들. 각기 다른 사람과 공동체가 연대해 지켜가는 문화의 의미는, 결국 미소와 여운으로 여정의 끝을 맺는다. 라오스 산과 강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만남은 8월 11일부터 14일까지 매일 밤 8시 40분, EBS1 ‘세계테마기행’에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