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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CAR NK 동종세포 치료…지씨셀, 국가임상과제 선정으로 고형암 공략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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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를 표적하는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가 국내 첨단재생의료 제도를 활용한 임상연구로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바이오 기업 지씨셀은 연세암병원 정민규 교수 연구팀이 수행하는 HER2 표적 CAR NK 기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가 재생의료진흥재단의 2025년도 제3차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동종 CAR NK를 HER2 양성 고형암에 적용하는 국내 첫 연구라는 점에서 향후 고형암 면역치료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과제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발현한 자연살해세포, 이른바 CAR NK를 환자 본인 대신 건강한 공여자의 세포로 제조해 투여하는 동종 세포치료 기술을 HER2 양성 고형암 환자에 적용하는 국내 최초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다. 대상 질환은 진행성 HER2 양성 위암과 위식도접합부암으로, 기존 항암요법 이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환자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초기 항종양 활성을 평가한다.

CAR NK는 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유전자 조작으로 탑재한 NK 세포로, T 세포를 활용하는 CAR T 치료제 대비 고형암 침투력,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 발생 위험, 제조 용이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꼽힌다. 특히 동종 방식은 미리 대량 생산한 세포를 필요 시 투여하는 오프 더 셸프 개념이어서 맞춤형 자가 세포를 환자마다 제조해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생산비와 시간 측면에서 우위가 있다는 평가다. 지씨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자사 CAR NK 플랫폼이 실제 고형암 환자에서 어느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초기 반응률을 보이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에 사용될 임상용 의약품은 지씨셀이 개발한 HER2 CAR NK 세포 AB201이다. HER2는 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로, 위암과 위식도접합부암뿐 아니라 유방암, 폐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대표적인 종양 표적 단백질이다. AB201은 이러한 HER2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된 CAR 구조를 탑재하고, NK 세포의 생존과 활성 유지에 유리한 배양 공정을 통해 제조된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지씨셀은 AB201이 동종 NK 기반 고형암 치료제 후보로서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임상적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재생의료진흥재단이 선정한 이번 활성화 지원 사업은 총 21개월 동안 진행되며, 약 14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는 첨생법으로 불리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근거해 마련된 제도로, 임상 결과를 실제 환자 치료에 비교적 빠르게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제약사가 주도하는 전통적 신약 임상시험 구조보다 연구자주도 임상연구를 통해 실사용 환경에 가까운 데이터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 치료제 개발 기업들에게 새로운 개발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지씨셀은 이번 과제 선정을 계기로 전체 임상 개발 전략도 손질했다. 회사는 AB201의 기존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을 이날 자진 취하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전략은 회사가 직접 수행하는 스폰서 임상시험, 즉 SIT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첨생법을 활용한 연구자주도 임상연구 IIT를 우선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지씨셀 관계자는 환자 대상 초기 임상적 유효성을 보다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국내 1상 SIT를 IIT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IIT 구조에서는 병원 연구자가 직접 과제를 설계하고 수행하며, 기업은 임상시험용 의약품과 일부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지씨셀의 HER2 CAR NK IIT는 이미 제도권 승인 절차를 마쳤다. 첨생법을 활용한 국내 IIT 임상연구는 1일 세브란스병원, 8일 건양대학교병원 등에서 각각 진행하는 것으로 승인되면서, 두 기관에서 병원 중심의 고형암 CAR NK 임상 생태계가 형성될 전망이다. 연구 현장에서 축적되는 실제 환자 치료 경험은 향후 다기관 확장이나 해외 임상 설계에도 참고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CAR T 중심이던 세포치료제 시장에 CAR NK 기반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동종 NK 세포를 활용한 혈액암 임상이 선행되고 있고, 중국에서도 고형암을 겨냥한 CAR NK 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세포치료제 개발이 CAR T와 줄기세포에 집중돼 있었고, 정부 차원의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해외 원료세포 기반 CAR NK 첨단재생의료 연구가 제한적으로 허용된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과제는 국산 CAR NK를 활용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추진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 자립과 임상 데이터 내재화 측면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책 측면에서도 첨생법 기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사업은 고위험·고난도 바이오 신기술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 기존 의약품 허가 절차와 병행해 임상연구 결과를 환자 치료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치료 대안이 부족한 중증·희귀 질환 영역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품목 허가와 보험 급여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 확증 임상과 장기 추적 데이터가 필요해, 제도와 산업 간 조율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지씨셀은 이번 국가 지원 과제를 통해 고형암 CAR NK 치료제의 안전성과 항종양 활성에 대한 초기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임상 및 파트너십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원성용 지씨셀 대표는 HER2 CAR NK 기술이 국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기술력과 임상 가능성을 공식 인정받았다고 평가하며, 연세암병원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고형암 면역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 CAR NK 개발 로드맵에 어떤 이정표를 남길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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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씨셀#hercar-nk#연세암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