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고가 선물 실물 검증”…김건희, 샤넬가방·목걸이 수수 의혹 재점화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김건희 여사와 특검팀이 재판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대통령실의 강경한 해명과 특검, 증인 진술까지 맞서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통일교 현안 관련 청탁 의혹과 함께 김건희 여사가 받은 샤넬가방, 구두, 목걸이 등 고가 물품의 실물이 법정에 처음으로 등장해 정국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관련 김건희 여사 공판에서 특검팀은 흰색, 검은색, 노란색 샤넬가방 3개와 샤넬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의 실물을 법정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증을 위해 흰 장갑을 낀 채 물품의 내부와 외관을 직접 확인했다. 재판장은 "흰색 가방은 버클에 비닐이 없고 약간 긁힌 듯한 사용감이 있었다", "구두는 바닥에 사용감이 있으며 사이즈가 음각으로 39C라고 쓰여 있다"고 밝혔다. 목걸이에 대해선 "고정 상태는 아니었으나 사용감은 육안으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가 2022년 4월과 7월, 총 2천여만원 상당의 샤넬가방 2개와 62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논란의 물품 일부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3개 샤넬가방과 구두로 교환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김 여사는 샤넬가방 수수 자체를 부인했으나, 이번 재판에서 "샤넬가방 2개를 받고, 3개 가방과 구두로 교환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다만, 목걸이 수수는 끝내 부인했다. 반면 증인으로 다시 출석한 전성배 씨는 "목걸이 역시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받은 당사자가 진실하게 말하길 바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전달 사실을 김 여사에게 확인했고, 돌려받을 때도 상황이 명확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윤영호 씨와 전성배 씨가 '고가 선물 전달'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윤 씨가 "여사님께 고가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문의하자, 전 씨는 "언제든 전해드릴게요, 여사님 화통하시니까요"라고 답했던 대화 내용이 그 예다. 전 씨는 또 김 여사의 초기 반응에 대해 "가방이 아닌 인삼제품 천수삼을 받아야 하니 꺼렸던 것뿐"이라며 "최초 진술과 오해였음을 바로잡는다"고도 했다.

목격자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도 논쟁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전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건희2' 번호가 실제 김 여사 본인이 사용한 것이며, "이 연락처로 전화를 걸면 직접 받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해당 번호 소유자가 정지원 전 행정관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공판 증인으로 소환된 윤영호 씨와 그의 배우자는 불출석했으며, 재판부는 500만원의 과태료와 구인영장 발부를 예고했다. 앞서 전 씨의 진술 번복 및 쇼핑백 보관 관련 해명은 "여러 전달 경로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조율이 있었다"는 설명으로 마무리됐다. 또 "금품을 보관했다 임기 종료 후 건네겠다"는 과거 증언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여야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의 고가 선물 수수가 입증되고 있어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며 강공에 나섰고, 여권은 "일방적 진술로 전체 수수 과정 단정할 수 없다"며 방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청렴성 도덕성 검증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대통령실 인사 관리와 선물 수수 투명성 논란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향후 특검 조사와 재판 결과, 정치권 공방에 따라 정국의 향방이 출렁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