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화장품 5개 중 1개 부적합…식약처, 온라인 유통 전면 점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국내 안전기준을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이 5개 중 1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직구 화장품에서 포름알데하이드, 납, 니켈, 안티몬 등 인체 유해 성분이 허용치의 수십 배까지 나온 사례도 포착돼, 당국이 통관 단계부터 온라인 판매 차단까지 전방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해외직구 화장품 안전성 관리가 디지털 유통 규제와 맞물려 새로운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해외직구 화장품 1080개를 수거·검사한 결과, 230개 제품이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했다고 밝혔다. 부적합률은 21.3퍼센트다. 식약처는 검사 결과를 관세청과 공유하고, 수입·통관 단계에서의 선제적 차단을 위해 통관보류를 요청했다. 동시에 식약처 누리집을 통해 해당 제품의 이름과 사진, 부적합 항목 등을 공개했다.

해외직구 화장품 이용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증했다. 2020년 173만건이던 국내 해외직구 화장품 구매량은 2023년 307만건으로 1.8배 늘었다. 특히 알리와 테무 등 해외 플랫폼에서 색조화장품과 눈화장용 화장품을 중심으로 저가·고발색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중금속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지난해에도 다수 적발된 바 있다. 당국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 이용 빈도가 높은 플랫폼과 인기 상품군을 집중 점검했다.
식약처는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네이버스토어, 쉬인, 쿠팡, 코스믹, 알리바바, 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년 부적합 품목군, 주문량 상위 제품, 인기 순위 제품 등을 구매해 검사를 진행했다. 제품군별로는 두발용 제품류의 부적합률이 38.3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손발톱용 제품류가 33.9퍼센트, 눈화장용 제품류가 17.2퍼센트, 색조화장용 제품류가 10.6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세부 품목별로는 손발톱용 중 네일 리무버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네일 리무버 42개를 검사한 결과 31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부적합률이 73.8퍼센트에 달했다. 두발용 제품군에서도 흑채 21개 가운데 12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머리와 두피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에서도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
부적합 사유를 보면, 방부제와 용매, 중금속, 미생물 오염 등 다양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가장 많이 적발된 항목은 메틸이소티아졸리논으로, 전체 부적합 제품의 32.6퍼센트인 75건에서 기준 초과가 확인됐다. 메탄올은 45건(19.6퍼센트), 총호기성생균수는 36건(15.7퍼센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은 22건(9.6퍼센트)에서 문제가 있었다. 니켈은 16건(7.0퍼센트), 안티몬은 14건(6.1퍼센트)에서 안전 기준을 넘었다.
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은 국내에서는 사용 후 씻어내는 화장품에 한해 0.0015퍼센트 이하 농도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외 제품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들 성분은 강한 방부 효과 탓에 과거 샴푸, 바디워시 등에 널리 쓰였으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과 피부 자극 사례가 잇따르면서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된 원료다.
두발용 제품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가 국내 사용 제한 기준을 최대 50배까지 초과한 사례가 나왔다. 포름알데하이드는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특성 때문에 각질 경화나 살균을 목적으로 쓰일 수 있지만,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고농도 노출 시 발암성 등 인체 유해성이 지적돼 국내에서 사용이 제한된 물질이다. 색조화장용 제품에서는 납이 국내 사용 제한 기준을 최대 22배 상회한 경우도 확인됐다. 납과 니켈, 안티몬 등 중금속은 장기 노출 시 신경계나 면역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엄격한 함량 관리가 요구된다.
제조국별로 보면, 부적합 제품 233개 중 223개, 비율로는 97퍼센트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건은 미국에서 제조됐다. 판매 플랫폼은 알리익스프레스가 218건으로 95퍼센트를 차지해, 특정 해외 플랫폼을 통한 중국산 화장품이 국내 안전관리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외에 아마존 8건(4퍼센트), 쉬인 3건(1퍼센트), 알리바바 1건(0.4퍼센트)에서 부적합 제품이 확인됐다.
식약처와 관세청, 한국소비자원은 색조화장용과 눈화장용 해외직구 화장품 91개에 대해 협업 시험검사도 병행했다. 이 공동 검사에서는 3개 제품에서 납, 니켈, 비소, 안티몬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눈 주변에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점막과 가까운 부위에 직접 노출되는 만큼, 미량의 중금속도 장기간 사용 시 건강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당국은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233개 제품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관세청에 해당 제품의 통관보류를 요청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관련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 대한 접속차단을 의뢰했다. 한국소비자원도 부적합 제품 정보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공유해 해당 상품의 판매 차단을 요청할 예정이다.
해외직구 화장품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과 달리, 한글 표시 의무와 국내 사전 안전 확인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원료가 포함돼도 소비자가 성분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해도 사후 구제 과정이 복잡해진다. 디지털 유통 채널을 통한 직구 거래가 확대될수록, 화장품과 같은 인체 직접 접촉 제품에 대한 국가 간 안전 기준 차이와 정보 비대칭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직구 화장품 사용 시 안전 수칙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해외에서 구매한 화장품 사용 중 붉은 반점이나 부어오름, 가려움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또한 상처가 있거나 피부 장벽이 손상된 부위에는 직구 화장품 사용을 피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외직구 화장품 안전성 관리가 단발성 단속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책임 강화와 국제 협력 체계를 포함한 중장기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가격이나 트렌드보다 안전 정보 접근성과 규제 준수 여부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직구 화장품이 국내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