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환 가속”...현대차그룹, AVP·포티투닷 흔들림 없는 추진→내부 결속 재정비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 조직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결속 메시지를 던지며 내부 불안을 다독이고 있다.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 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사임 후 시장 안팎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룹 수뇌부가 직접 미래차 전략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서비스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현대차·기아의 장기 성장축을 지탱할 핵심 기술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첨단차플랫폼을 담당하는 AVP본부와 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맡고 있는 포티투닷 구성원들에게 각각 서신을 보내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과 향후 방향을 공유했다. 장 부회장은 서신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현대차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목표라고 규정하며, 어떠한 타협도 허용할 수 없는 과제로 명시했다. 그는 그간 축적해온 연구·개발 성과를 향후 전략의 토대로 평가하면서, 이미 수립된 기술 비전과 개발 체계를 중단 없이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포티투닷을 향한 메시지에는 최근의 인사 변동으로 촉발된 우려를 직접 겨냥한 문장이 담겼다. 장 부회장은 포티투닷 구성원들에게 외부의 근거 없는 소문과 억측에 흔들리지 말 것을 요청하며, 구성원 모두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줄 것을 주문했다. 창업자인 송창현 전 대표의 퇴진 이후 그가 주도해온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로젝트의 축소나 방향 전환을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된 데 대해, 그룹 차원에서 노선 변경 없음을 분명히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장 부회장은 특히 포티투닷의 조직적 위상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포티투닷이 여전히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못박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규정된 XP2와 XV1 개발 프로젝트에서 포티투닷이 맡은 기능과 책임이 최진희 부대표를 중심으로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AVP본부에 전달한 서신에서도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의 투트랙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향후 내부 소통과 지원 방안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장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주요 개발 리더와의 간담회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예고하며,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후속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 핵심 연구 인력의 이탈을 막고 개발 로드맵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리더십 재정비 과정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선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와 조직의 안정성이 곧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조치로 볼 수 있다.
장 부회장은 서신 말미에서 현대차그룹의 역사적 경험을 소환하며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일깨우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변화와 어려움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도 그룹은 늘 답을 찾아왔다고 상기시키며,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서로의 실력을 신뢰하고 불필요한 과정을 덜어내며 솔직한 소통을 통해 원팀 협력을 이뤄낼 것을 당부했다. 그러한 협력이 이뤄질 경우 현재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함께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역량을 핵심 축으로 삼는 전략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상징되는 구조 변혁은 대규모 투자와 긴 호흡의 개발 기간을 요구하는 만큼, 일시적 인사 변동이나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일관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의 서신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도 현대차·기아의 미래차 전략이 계속해서 거대한 투자와 조직 역량을 동원해 추진될 프로젝트임을 재차 알리는 메시지로 읽힌다.
향후 관건은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구체적 성과를 어떤 속도로 현실화하느냐에 모아질 전망이다. XP2와 XV1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현재의 인사 변화를 둘러싼 논란은 기술 성과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일정 지연이나 기술 완성도 미흡이 드러날 경우 그룹의 리더십과 조직 설계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가 불가피해질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전환은 내부 결속과 외부 성적표라는 두 가지 시험대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