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대지급금 거부 처분 취소"...중앙행정심판위 "사업기간, 실질로 판단해야"
임금 체불 근로자의 간이대지급금을 둘러싸고 근로복지공단과 근로자 사이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사업 운영 기간 산정 기준을 놓고 쟁점이 생기면서 행정심판까지 이어졌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11일, 사업이 6개월 이상 운영돼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간이대지급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실제 사업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기간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간이대지급금 지급 요건 중 하나인 사업 운영 기간이었다. 간이대지급금은 근로자가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한 뒤, 이후 국가가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근로자가 퇴직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사업장이 6개월 이상 계속 운영된 사업장이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선박 건조와 수리 사업을 하는 A 업체에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근무한 근로자 B씨는 퇴직 당시 임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 B씨는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판결을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에 2개월분 체불임금 826만 원의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공단은 A사와 공단의 보험관계 성립일이 2023년 10월로 등록돼 있어 B씨 퇴직 시점까지 계산해도 사업 기간이 6개월에 이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A사가 2023년 8월경부터 실제 사업을 운영해 왔고, 2023년 9월 1일을 개업일로 업무를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보험관계 성립일보다 실제 개업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B씨가 퇴직할 때까지 A사의 사업 운영 기간이 6개월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사업기간 산정은 실질에 기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행정상 신고나 보험관계 성립이 다소 늦게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이 이루어진 기간이 명백하다면 그 기간을 기준으로 간이대지급금 요건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으로 간이대지급금 신청을 둘러싼 기준이 현실적인 사업 운영 실태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노동계에서는 임금 체불 근로자 보호 취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근로복지공단과 사용자 측에서는 행정·보험 절차와 실제 사업 개시 시점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정부는 간이대지급금 제도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해석상 논란을 점검하고, 관련 법령과 지침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향후 유사 분쟁을 줄이기 위해 사업기간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