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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존중 문화 실험실”…삼성바이오, 동호회 페스티벌로 조직문화 실험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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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소통 구조가 바이오 생산성과 인재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호회 기반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현장은 24시간 교대 근무와 복잡한 공정 협업이 필수라, 수평적 소통과 상호 존중 문화가 공정 안정성과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단순 복지를 넘어 바이오 제조 인력 확보 경쟁에서 기업 문화 차별화를 노리는 시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내 상호존중 문화 확산과 임직원 소통 강화를 목표로 올해 두 번째 동호회 페스티벌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행사는 10일부터 17일까지 사내 복지공간 하모니스퀘어에서 열렸으며 공연, 오픈클래스, 전시회, 참여 이벤트 등 다층적인 프로그램을 배치해 부서와 직군을 넘는 교류를 유도했다.

핵심 프로그램인 오픈클래스에는 유명 강사와 전 국가대표 선수 등이 초청돼 참여 장벽을 낮추고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했다. 10일에는 사내 응원단 공연과 함께 스트레칭 강사 강하나의 강연이 진행돼 장시간 실험과 설비 운전으로 누적된 근골격계 부담을 완화하는 스트레칭 동작을 직접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16일에는 사내 역도 동호회가 강의와 코칭 프로그램을 열고 전 대한민국 역도 국가대표 함상일 관장을 초청해 스쿼트 등 하체 중심 운동을 코칭하며 전문적인 피드백을 제공했다.

 

연구직과 생산직, 사무직이 혼재된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신체 활동 중심 프로그램은 단기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안전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장시간 배양과 정제 공정을 관리하는 바이오 제조 인력의 피로 관리가 장기적으로 품질 편차와 생산성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가 인력 관리 전략과 맞물릴 가능성을 거론한다.

 

문화예술 기반 동호회 활동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17일에는 사내 밴드와 오케스트라 동호회가 무대를 꾸며 다양한 직군 임직원이 함께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고, 이를 통해 현장 조직에서 보기 어려운 다부서 합동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했다. 기업 측은 다원화된 취미 활동이 세대와 직무 간 장벽을 낮춰 협업 과정에서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사 기간 상시 운영된 전시회에서는 임직원이 직접 제작한 도자기, 순수미술, 손뜨개 작품 등이 공개됐다. 동호회 회원 모집과 신규 동호회 설립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와 홍보 부스도 함께 운영됐다. 회사 차원에서 동호회 네트워크를 체계화해 취미 기반 커뮤니티를 조직문화 인프라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상호존중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참여형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연말 맞이 감사 엽서 쓰기 코너에서는 한 해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직접 감사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고, 크리스마스 포토존에서 동료와 사진을 촬영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흩어져 있던 팀들이 연말 결속을 다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바이오 공정 특성상 야간과 주말을 포함한 교대 근무자가 많은 만큼, 이런 행사들이 조직 내 소외감 완화와 이직 의향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생산 규모와 기술력뿐 아니라 숙련 인력과 조직문화가 지속 가능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사내 커뮤니티와 멘토링,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숙련 인력의 이탈을 줄이고 있으며, 특히 cGMP 규제 환경에서 인적 오류를 줄이기 위한 심리적 안전감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동호회 페스티벌 확대도 이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내부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바이오 제조 인력 양성과 조직문화 투자가 반도체 등 다른 제조 업종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규모 설비 증설과 수주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숙련 인력 확보 경쟁도 거세지고 있어, 각사가 복지와 조직문화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이규호 삼성바이오로직스 피플센터장 부사장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동호회 페스티벌이 임직원 교류를 촉진하고 긍정적 소통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임직원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런 조직문화 실험이 실제 인재 확보와 공정 경쟁력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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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동호회페스티벌#바이오제조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