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3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 필요한 일"...우원식, 계엄 1년 국회서 기억 강조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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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폭력의 기억과 국회의 책임이 맞붙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국회 안팎에서 기억과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12월 3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 수장의 발언이 논쟁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12월 3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에 힘을 실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2월 3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며 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우 의장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그는 "12월 3일은 보통날이 아니다. 계엄군이 그야말로 확 밀고 들어왔는데 국민과 함께 국회가 계엄을 해제했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시민들과 호흡을 맞추며 비상계엄 해제에 나섰던 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정치사적 의미를 짚은 것이다.

 

다만 12·3 정신을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헌법 전문에 담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 의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민주화운동의 위상을 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선 향후 여야와 학계, 시민사회의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 당시 비상계엄 당일 국회 담장을 넘을 때 입었던 코트와 넥타이를 직접 착용하고 나왔다. 그는 자신을 "전 세계 국회의장 중에서 담장을 넘은 첫 의장일 것"이라고 언급한 뒤, "그래서 슬프다"고 말했다. 상징적 행동 뒤에 담긴 비상 상황과 민주주의 훼손의 기억을 되새기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은 셈이다.

 

국회 안에서는 관련 기념 행사도 이어진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회에서 열리는 기억식 행사를 소개하며, 행사 명칭을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제적 석학들이 참여하는 학술 세미나와 국회 정신을 새기는 현판식 등 여러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권을 넘어 국제 사회와도 비상계엄의 경험과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다크투어 해설자 역할을 직접 맡는다. 그는 "국회 직원들과 시민들이 싸웠던 장소, 계엄을 해제시켰던 장소 등 역사적 장소를 하나하나 보며 비상계엄이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게 하지 말자는 취지로 투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참관을 넘어 시민들에게 사건의 맥락과 교훈을 전하는 데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 의장은 이날 밤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 미디어 파사드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회 건물 외벽을 활용한 시각적 연출을 통해 비상계엄의 기억과 민주주의 회복의 의미를 대중에게 환기하는 자리로 준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12월 3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은 향후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공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자리 잡을 경우, 향후 교과서 기술과 정치적 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념일 지정과 헌법 전문 수록 문제를 둘러싸고 추가 논쟁도 예상된다. 여야가 과거사와 민주주의, 입헌 질서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를 드러낼 경우, 향후 정국의 또 다른 갈등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국회는 관련 법안과 기념일 제정 논의를 다가오는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이며, 시민사회와 학계 의견 수렴에도 나설 계획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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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12·3민주화운동#국회다크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