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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데이터 반출 유보 논란”…구글 등 美 IT, 韓정부 압박 본격화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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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둘러싼 미국 IT업계와 한국 정부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을 대변하는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1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가 디지털 지도 데이터 반출에 부당한 유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에 나섰다. IT산업의 첨단 내비게이션, 물류, 모빌리티 등 핵심 서비스에 활용되는 고정밀 지도 정보의 수출 제한이 전 세계 데이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는 한국 정부의 보류 조치를 ‘글로벌 지도 데이터 생태계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은 이날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구글이 제출한 1:5000 축척 수치지형도 국외반출 신청에 대해 보완 요구와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구글은 앞서 8월, 정부 승인 위성 이미지를 블러(가림) 처리해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매·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9월에는 한국 지역 위경도 좌표를 국내외 사용자에게 비게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해당 조치의 이행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국지원은 기술·보안적 보완 신청서 제출을 내년 2월 5일까지 재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지도 데이터는 군사·보안상 국가 기간 정보로 분류돼 해외 수출이나 외국기업 제공 과정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지도 데이터의 복원력, 위경도 정보 등 보안 민감성, 개인정보 연계 가능성 등으로 실제 반출 승인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미국 IT기업들은 첨단 자율주행, 글로벌 물류, 위치 기반 서비스를 위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실시간 처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자국 데이터센터 운영 의무가 보안에는 큰 의미가 없고,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 비용과 경쟁제한만 야기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도, 영상 등 공간정보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용이 디지털 무역에서 필수 자원으로 간주된다. 구글, 애플, 우버 등은 미국 내에서 실시간 지도 데이터를 글로벌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데이터 국외이전에 개방적인 정책 변화가 나타난다. 반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선 한국과 유사하게 지도·위치데이터 반출을 제한하는 정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정밀 지도 데이터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상 ‘비차별적 데이터 취급’ 의무와도 연결돼 있다. 미국 측은 지속적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이 국제 디지털 무역의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한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부회장, 크리스틴 블리스 미 서비스산업협회(CSI) 회장 등은 나란히 “한국 정부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데이터 정책을 유연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지리공간 산업과 디지털 무역은 데이터 국경의 허물기가 전제가 된다”며, “한국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투자와 경쟁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군사·보안 주권과 디지털 산업 개방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협의·타협 없인 산업 생태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실제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가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지 주목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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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ccia#지도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