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로비 실체 추적”…고석 전 군사법원장·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접촉 정황 집중 수사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싸고 구명 로비 의혹이 다시 한 번 정치권을 강타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고석 전 고등군사법원장(육군 준장‧현 변호사)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채널을 추적하며 수사의 방점을 찍었다. 2023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세 인물의 접촉 정황이 포착되며, 향후 특검 수사 방향에 큰 변곡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별검사팀은 지난 2023년 7월 26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경기 용인시 수지새미래연구원 사무실 부근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고석 변호사와의 관계 규명에 착수했다. 수지새미래연구원은 고석 변호사가 설립해 원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곳이다. 김 전 사령관과 고 변호사의 사적 인연과 이력은 그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고 변호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 시험 및 연수원 동기라는 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기록, 군 검찰 내부 영향력 등으로 ‘구명 로비’ 통로로 지목되는 정황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두 인물 간 직접 접촉 사실은 수사 초기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구명 로비 의혹에 고석 변호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 뒷받침하는 물증 확보 역시 수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검팀은 7월 18일 고 변호사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의 만남 정황도 중점적으로 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임 전 사단장은 김계환 전 사령관 행적에 이어 같은 해 8월 1일 고 변호사 사무실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친척인 박철완 검사는 본인을 만나러 온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고 변호사와 임 전 사단장 사이 만남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 검사는 당시 법무연수원 진천본원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른바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맞물려 불거졌다. 대통령실 등 권력 핵심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에서 빼내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실질적으로 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의 첫 조사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분류됐으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결재 번복 후 재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후 각종 공익 제보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해병 특별검사팀에서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일부 종교계 인사 등이 ‘로비 통로’로 지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 간 접촉이 실체적 진실 규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편, 특검은 추후 김계환 전 사령관의 행적과 고석 변호사 및 임성근 전 사단장과의 만남 여부, 구체적 로비 개입 사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