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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승률 분석 도입”…크래프톤, 배그 글로벌 e스포츠 흥행 확인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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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대표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운 글로벌 e스포츠 무대에서 데이터 기술 결합 시도를 확대한 모습이다. 태국 방콕에서 PC와 모바일 양대 종목을 한데 묶은 통합 글로벌 챔피언십을 마무리하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승률 분석 시스템을 중계에 도입해 시청 경험을 고도화했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가 더 이상 단순 경기 관람이 아닌 데이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최상위 글로벌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그랜드 파이널을 12월 14일 태국 방콕에서 종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올해 행사에서는 PGC 2025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이 하나의 무대에서 병행 운영됐다. 펍지 유나이티드 프로젝트 기조 아래 PC와 모바일 양 플랫폼에서 각각 세계 챔피언을 동시에 배출하는 구조로 설계해 글로벌 브랜드 영향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올해 PGC 2025 우승은 개최국 태국의 팀 풀센스가 거머쥐었다. 풀센스는 그랜드 파이널 초반부터 교전 능력과 운영 안정성에서 우위를 보이며 상위권을 선점했고, 세트가 진행될수록 포인트 격차를 크게 벌리며 정상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기존 시즌제 리그에서 주로 보던 장기 관전 패턴과 달리, 단일 그랜드 파이널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청 몰입도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승팀 풀센스 소속 선수 벨모스는 정교한 포지셔닝과 교전 선택 능력 등을 앞세워 대회 MVP로 선정됐다. MVP에게는 포르쉐 카이엔이 부상으로 제공됐고, 우승팀 선수 전원에게는 발렌시아가와 협업한 한정판 챔피언스 자켓이 수여됐다. 크래프톤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e스포츠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버투스프로 비미, 한국 팀 아즈라 펜타그램의 레드존 선수는 각각 28킬을 기록하며 공격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PGC 2025 그랜드 파이널의 콘텐츠 소비 지표는 글로벌 e스포츠 IP로서 배틀그라운드의 저변을 보여준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총 시청 수는 약 1993만 회를 기록했다.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약 49만 명에 이르렀고, 누적 시청 시간은 약 752만 시간, 총 방송 시간은 6291시간에 달했다. 승자 예측 이벤트에는 482만 9151건의 투표가 집계됐다. 경기 관전과 함께 투표, 예측 등 인터랙티브 요소를 결합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형적인 e스포츠 플랫폼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의 기술적 차별점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 중계 시스템이다. 크래프톤은 자사 AI 기술과 아마존웹서비스 인프라를 연계해, 각 팀과 상황별 승률을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분석 기능을 중계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경기 중 수집되는 위치 정보, 생존 인원, 장비 구성 등 다양한 지표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승리 확률을 계산하고, 이를 시청 화면에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시스템은 단순 수치 나열이 아닌 경기 흐름의 변곡점을 정량화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선형 중계의 한계를 보완했다. 관전자는 팀이 특정 지역을 선점하거나 교전 전략을 바꿀 때 승률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전략 게임 특유의 메타 구조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AI 기반 해설 도입이 중계 인력의 해설을 보조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중계 피드 등 개인화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크래프톤의 시도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플랫폼형 e스포츠 모델로 나아가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주요 리그를 중심으로 경기 중 실시간 전술 분석, 선수 퍼포먼스 지표 제공 등이 시도되고 있으며, 일부 스포츠 리그는 시청자가 원하는 지표만 골라 보는 멀티 뷰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이번 PGC에서 선보인 승률 예측 시스템도 향후에는 사용자가 특정 팀이나 선수 중심 데이터를 선택해 보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e스포츠는 IT 인프라와 데이터 처리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어, 퍼블리셔와 클라우드 사업자 간 협력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크래프톤이 AWS와 함께 승률 기반 분석을 구현한 것도 글로벌 동시 접속이 이뤄지는 대규모 이벤트 특성상, 안정적인 서버 운영과 대량 데이터 실시간 연산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경기 리플레이 데이터, 연습 서버 로그 등 방대한 기록을 클라우드에 축적해 선수 경기력 분석, 밸런스 패치 의사결정 지원 등에 활용할 여지도 있다.

 

e스포츠 산업에서는 시청 데이터를 마케팅, 상금 구조, 스폰서십 설계에 반영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PGC 2025 그랜드 파이널에서 나타난 시청자 수, 시청 시간, 투표 참여 규모는 크래프톤이 향후 시즌 운영 전략과 리그 구조 개편을 설계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C와 모바일을 통합한 멀티 플랫폼 운영 경험은, 다른 e스포츠 타이틀과의 협업이나 종합 e스포츠 페스티벌로 확장하는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고도화된 데이터 중계와 IP 확장이 맞물릴 경우, e스포츠가 게임사 매출을 넘어 미디어와 광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포괄하는 복합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크래프톤이 이번 PGC에서 선보인 AI 승률 분석과 통합 대회 운영 모델을 향후 어떤 형태로 상시 리그와 신규 타이틀에 이식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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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펍지글로벌챔피언십#풀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