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생물안전 공백” 방콕 사건이 던진 감염병 시대 경고
도시 대중교통 공간이 감염병 시대의 잠재적 바이오 리스크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방콕 지하철 열차 안에서 알려지지 않은 남성이 다른 승객의 팔에 혈액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문지른 사건이 알려지며, 공공 교통수단 내 감염 안전 체계 부재가 도마에 올랐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표면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신속 세척과 예방적 치료 등 표준 대응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각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영상기반 감시 인프라와 연계한 보건 위기 대응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국 매체 더타이거 보도에 따르면 뱅크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37세 남성은 9일 오전 방콕 도시철도 MRT를 이용하던 중 낯선 남성이 자신의 팔에 피를 묻혔다고 주장했다. 논타부리 시빅센터역에서 탑승한 이 남성은 열차 통로를 지나가며 피해자와 스치듯 접촉했고, 직후 팔에 젖은 느낌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그가 확인했을 때 팔에는 혈액으로 보이는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고, 휴지가 없던 그는 급히 계좌이체 전표로 해당 부위를 닦아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다음 정차역인 보건부역에서 즉시 하차해 물과 알코올 스프레이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팔을 세척했다. 최소 5회 이상 물리적 세척과 소독을 한 뒤에도 불안을 떨치지 못한 그는 인근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액 검사와 항바이러스제 처방 등 예방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바이러스제 투약 여부는 의료진이 HIV를 포함한 혈액 매개 감염병 노출 가능성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표준 프로토콜에 근거한 결정으로 보인다.
뱅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피를 무단으로 문지른 행위가 우연인지 고의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일상 상황에서 타인의 혈액이 다량으로 묻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들어 의도적인 행위일 수 있다는 불안을 호소했다. 그는 안경을 쓴 채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 셔츠를 착용하고 배낭을 멘 가해 남성의 외형적 특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보도 이후 현지 온라인 공간에서는 대중교통 내 혈액 노출 시 실제로 감염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떤 대응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와 세균은 단순한 표면 접촉만으로 전파 위험이 크지 않으며, 피부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량의 혈액이 일시적으로 닿는 상황에서 HIV나 B형 간염 등 혈액 매개 바이러스 감염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설명한다. 다만 눈, 입 등 점막이나 상처 부위를 통해 혈액이 유입됐을 경우, 노출량과 접촉 시간, 가해자의 감염 여부 등에 따라 위험도를 따져 봐야 하고, 고위험 노출로 판단되면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 가이드라인이다.
방콕 도시철도공사는 피해자의 요청을 받고 열차 내 CCTV 영상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기반 감시 시스템은 원래 안전사고와 범죄 예방, 운행 관리 목적에 초점을 맞춰 구축됐지만, 이번 사건처럼 혈액 노출이 수반되는 비정상 행동이 발생했을 때 공중보건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부 선진 도시에서는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부에 고해상도 카메라와 영상 분석 솔루션을 결합해 폭력 행위나 이상 행동을 자동 탐지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며, 바이오테러나 전염병 확산 징후 감지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공공 교통수단의 감염 안전 관리는 보건의료 IT와 바이오 보안 기술이 맞물리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열차와 역사 내부에 설치된 환경 센서와 CCTV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혈액이나 체액이 대량으로 유출된 구역을 실시간 표시하고, 즉각적으로 방역 인력을 투입하는 디지털 관리 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앱을 통해 승객이 이상 상황을 촬영해 신고하면 위치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역사 관제 센터와 연동해 대응하는 시스템도 이미 일부 지하철에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공장소 바이오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도시 단위의 바이오보안 전략 수립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과 공항에 환경 바이러스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기 중이나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을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특정 병원체의 농도 변화를 조기 포착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뿐 아니라, 인위적인 생물학적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방콕 MRT 사건은 아직 가해자의 신원과 행위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시 대중교통 운영기관과 보건당국이 협력해 혈액 노출과 같은 사건에 대한 표준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세척과 의료기관 방문, 당국 신고가 최선의 대응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운영기관은 CCTV 분석과 현장 소독, 추가 피해 방지 조치, 필요시 역내 안내 방송과 앱 알림을 통한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모든 혈액 노출 상황이 곧바로 고위험 노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반복적인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시민의 불안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보기술 기반 감시 인프라와 바이오 보안 매뉴얼을 결합한 도시 차원의 통합 대응 체계가 확립되지 않는 한, 단일 사건이 공포 확산으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와 공공 부문에서는 방콕 사례가 IT와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공공 교통수단 안전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