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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로봇수술 합병증 낮췄다…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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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패러다임이 최소침습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봇과 내시경을 활용한 유방암 최소침습 수술이 기존의 일반 유방절제술보다 합병증이 적다는 국내 대규모 임상 데이터가 발표되면서다. 미용성과 회복 속도를 앞세워 확산돼 온 최소침습 수술이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입증한 셈이다. 유방암 수술 선택 기준이 단순 절제 범위에서 수술 접근법과 기술 수준까지 확장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브란스병원은 17일 연세암병원 유방외과 박형석 교수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달 9일부터 사흘간 열린 2025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최소침습 유방암 수술과 기존 절제술의 합병증 발생률을 비교한 1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유방암 분야 최대 규모 국제 학술대회로, 전 세계 임상의와 연구자들이 최신 치료 데이터를 공유하는 자리다.

연구는 연세암병원을 포함한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1875명, 총 2095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일 기관이 아닌 다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진료 현장에 보다 근접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유방 수술군과 기존의 일반 유방절제술군으로 나눠 수술 후 합병증을 체계적으로 비교했다.

 

핵심 지표로 사용된 것은 수술 합병증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클라비안 딘도 분류다. 이 분류 체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합병증 평가 기준으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 1 2등급은 약물치료 등으로 관리 가능한 경증 이상 반응에 해당하고, 3등급 이상은 재수술이나 중재 시술이 필요한 출혈, 심각한 감염 등 약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4등급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 5등급은 사망으로 분류된다.

 

연구에 따르면 최소침습 수술군의 클라비안 딘도 3등급 이상 합병증 발생률은 11.2퍼센트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일반 절제술군의 발생률은 19.3퍼센트였다. 중증 합병증 비율이 최소침습 수술에서 약 40퍼센트 이상 낮은 셈이다. 박형석 교수팀은 수술 접근법의 차이가 출혈량, 조직 손상, 수술 후 회복 과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합병증 발생률 격차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피부와 절개 부위에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합병증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피부괴사 발생률은 최소침습 수술군에서 3.5퍼센트, 일반 절제술군에서 8.5퍼센트로 집계됐다. 피부괴사는 수술 후 혈류 공급이 떨어져 피부 조직 일부가 죽는 현상으로, 추가 수술이나 장기간 상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최소침습 수술이 절개 범위를 줄이고, 혈관 손상을 최소화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적 장점이 임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술 부위 봉합선이 다시 벌어지는 상처열개 합병증에서도 격차가 컸다. 최소침습 수술군의 상처열개 발생률은 2.4퍼센트, 일반 절제술군은 7.3퍼센트로 약 3배 차이를 보였다. 상처열개는 감염 위험을 높이고 흉터를 심화시켜 미용적인 측면과 환자 심리에도 영향을 주는 변수다. 로봇 및 내시경 수술이 상처 크기를 줄이면서도 시야 확보와 정교한 봉합을 가능하게 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방암 수술에서 로봇과 내시경을 활용한 최소침습 방식은 주로 겨드랑이나 유륜 주변 등 눈에 덜 띄는 부위에 작은 절개를 내고, 이 경로를 통해 종양과 유방 조직을 절제하는 구조다. 로봇 수술의 경우 3차원 고해상도 영상과 손 떨림 보정, 미세 동작 구현 기능을 바탕으로 섬세한 해부와 봉합이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도 확대된 시야와 특수 기구를 활용해 조직 손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기존 개방형 유방절제술은 비교적 넓은 절개가 필요해 수술 시야 확보는 용이하지만, 피부 절제 범위와 연부조직 손상이 크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특히 유방 절제와 동시에 재건수술을 진행하는 경우 피부 보존 정도와 혈류 유지가 중요해 최소침습 접근법의 이점이 크게 부각돼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소침습 수술이 미용성뿐 아니라 혈류 보존과 조직 회복 측면에서도 우위를 가진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줬다는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계는 이미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 수술에 로봇 플랫폼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에서 축적된 최소침습 수술 경험이 유방외과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일부 센터에서는 유방 보존술과 림프절 수술에도 로봇과 내시경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다만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고, 특히 장기 합병증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번 국내 연구는 다기관 데이터와 상대적으로 큰 표본 수를 기반으로 로봇 및 내시경 유방 수술의 안전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유방암 분야 주요 국제 학회인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는 점도 향후 가이드라인 논의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로봇 유방 수술의 적응증과 보험 적용 범위를 둘러싼 검토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통해 로봇 수술 플랫폼이 도입됐고, 각 병원이 자체 다학제 회의와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술 적응증을 설정해 왔다. 다만 로봇 수술은 고가 장비 투자가 필요하고,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숙련된 외과의사를 양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보급 속도를 제한해 왔다. 건강보험 급여 범위와 환자 본인부담 구조도 실제 도입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방암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통증, 상처 흉터, 어깨 운동 범위, 일상 복귀 시점 등이 수술 방법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술 후 중증 합병증과 피부 관련 합병증 측면에서 최소침습 수술의 이점을 수치로 제시해, 향후 환자 상담과 수술 전 의사 결정 과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이나 직장 복귀를 서두르는 환자, 미용적 만족도가 중요한 환자에게 최소침습 수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방암 수술의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 전문학회는 로봇 유방 수술에 대해 장기 생존율과 재발률 데이터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최소침습 수술 경험이 빠르게 축적되면서, 합병증 감소와 입원 기간 단축에 기반한 실질적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박형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로봇과 내시경 유방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대규모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용성뿐 아니라 수술 안전성과 회복력 측면에서도 최소침습 수술이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연구를 통해 장기 추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재발률과 생존율, 삶의 질 지표까지 포함한 통합 분석을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향후에는 최소침습 수술과 연계한 디지털 헬스 기술 접목도 논의될 전망이다. 수술 전후 영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보조 진단, 수술 시뮬레이션, 개인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 등이 연계될 경우 유방암 치료 전 주기의 정밀의료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연구가 로봇 유방 수술 확산의 분기점이 될지, 실제 치료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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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석#세브란스병원#유방암로봇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