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기억으로 잘못 진술 우려"…김건희 여사, 건진법사 재판 증인 불출석 통보
금품수수 의혹 재판과 영부인 논란이 다시 맞붙었다. 법정에 설지 관심을 모았던 김건희 여사가 건강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포기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성배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가 이날 오후 예정된 증인신문과 관련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설명에 따르면 사유서에는 김 여사가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 정신과 질환에 따른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 등을 겪고 있어 당일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구체적 진단명 등은 밝히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사유서에서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증언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은 "현실과 이상을 혼동해 과거 경험한 바에 대해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경우 많아지고 있다"고 적시한 뒤 "의지와 무관하게 왜곡한 기억으로 잘못된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오후에 김건희 여사가 실제로 불출석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향후 진행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후 증인 재소환 여부나 서면 진술 검토 등 절차를 놓고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공판 오전에는 김 여사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샤넬 가방 전달 및 교환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다. 유 전 행정관은 2022년 7월 전성배 씨로부터 샤넬 가방을 건네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이후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으로 직접 교환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유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샤넬 가방 교환 배경에 대해 "영부인이 '엄마가 준 건데 가서 가방을 바꿔다 줄 수 있느냐'고 하셨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아내 조모 씨와 함께 샤넬 플래그십 매장을 찾은 경위에 대해 "시간이 없어 웨이팅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했고, 조 씨가 집에 있다고 해서 같이갔다"고 진술했다.
전성배 씨는 일명 건진법사로 불리며,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 총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 씨가 청탁·알선을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면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또한 전 씨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고 2억 원에 가까운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구성한 상태다.
김 여사의 불출석 통보로 재판은 한층 복잡한 기류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향후 재판부가 의료 자료 제출 요구나 재소환 명령 등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건강 악화를 인정해 추가 소환을 자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영부인의 형사재판 증인 출석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확대될 조짐이다. 야권은 그동안 건진법사 논란과 샤넬 가방 수수 의혹 등을 고리로 대통령실 책임론을 제기해 왔다. 여권은 사법 절차를 통한 사실관계 규명과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공판을 계속 진행하며 김 여사의 실제 출석 여부를 확인한 뒤 추가 심문 계획과 증거조사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선이 재판부 결정에 쏠린 가운데, 향후 공판 과정에서 새 진술과 증거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