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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이 신약개발 현장 혁신”…제약바이오, 임상부터 생산 구조 재편
IT/바이오

“디지털 트윈이 신약개발 현장 혁신”…제약바이오, 임상부터 생산 구조 재편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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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 생산 공정 전반을 혁신하는 변곡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우주와 건설, 자동차 등 기존 산업에서 축적된 시뮬레이션·가상화 기술이 의약품 개발 현장으로 옮겨오면서, 시간·비용을 단축하는 동시에 맞춤 의료의 정밀도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이 신약개발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고급 시뮬레이션 환경에 반영함으로써, 환자나 생산공정의 행동·상태를 가상공간에 정밀 재현하는 기술이다. CT·MRI 등 의료영상, 실험실 결과, 웨어러블 기기 및 EHR(전자 건강기록)에서 구조화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장기나 생리현상을 가상에서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활용하면 임상의가 치료 옵션을 미리 검증하거나 질병 진행을 예측할 수 있어, 임상시험 설계의 혁신을 불러온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가상 환자’는 임상시험 설계 및 신약 효과·부작용 예측에 활용된다. 미국 Unlearn.AI는 환자 맞춤형 쌍둥이(디지털 트윈) 모델을 생성해, 실제 임상시험의 대조군 일부를 가상 환자로 대체하는 방식을 상용화하고 있다. 인실리코(in-silico) 임상시험으로 후보물질의 효능 및 안전성을 사전 검토하면, 실제 임상에 돌입하기 전 개발 리스크와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도 디지털 트윈이 ‘멀티오믹스(유전체, 단백체 등 다양한 생체 정보 결합)’ 데이터와 결합해 더욱 정밀한 치료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생산 부문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가치를 키우고 있다. 종근당은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팩토리’(실제 공장의 가상 쌍둥이)를 구축해, AI·빅데이터 분석 및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확장현실(XR) 플랫폼을 통해 생산 공정 최적화를 검증하고, 문제점 모니터링 및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스마트팩AI’ 기반의 공장 디지털 트윈을 5공장에 도입해, 생산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및 공정 개선에 적용 중이다. AI로 현실과 가상환경 정보를 실시간 연결해 생산조건을 예측·관리한다.

 

대웅제약은 ‘디지털 트윈 기반 바이오의약품 차세대 제조공정 기술 개발’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선정돼, 세포 배양부터 정제까지 전 과정을 통합 가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생산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시뮬레이션·실증 연구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다케다 등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해 기간·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미국·유럽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임상시험 디자인이 통계적 신뢰도 및 환자 안전성 확보 수단으로 확산 중이다.

 

한편, 가상 임상시험과 생산 공정 시뮬레이션 도입에는 생명윤리, 데이터 보안, 규제 수용성 등이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식약처, 미국 FDA 등 규제기관은 실제 임상시험 일부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AI 데이터를 참고자료로 검토하고 있으나, 전면 대체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윈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촉진제로 자리잡고 있다”며 “데이터 신뢰성, 규제 검증 등 과제를 풀어낼 경우 시장 구조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해당 기술이 실제 신약개발 및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에 언제 본격 안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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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트윈#종근당#삼성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