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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AI로 팬 연결”…AWS·소니, 참여 플랫폼 고도화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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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와 소니가 협력해 구축한 내부 엔터프라이즈 AI와 팬 참여 플랫폼은 게임과 영상, 음악을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진화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을 팬 경험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며, 클라우드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대형 IP 비즈니스 재편이 가속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11일 리인벤트 2025 행사에서 소니가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해 엔터프라이즈 AI 및 참여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소니 그룹 전체 직원이 공통으로 활용하는 내부 AI 플랫폼과, 플레이스테이션 인프라를 확장한 대규모 참여 플랫폼이다. 두 플랫폼 모두 AWS의 생성형 AI 서비스와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소니의 내부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은 그룹 전사 직원에게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환경이다. 이 플랫폼에는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가 적용돼 소니가 내부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이를 안전하게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한 뒤 여러 시스템을 자동으로 호출해 실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기술로,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일부 자동화하는 수준까지를 겨냥한다.

 

현재 이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은 하루 평균 15만 건 수준의 추론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 소니 내부 직원들은 문서와 기획안 등 콘텐츠 작성, 고객 및 파트너 문의 응답 초안 생성, 수요와 트렌드 예측, 사기 거래 탐지,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어 발굴 등 다양한 업무에 AI를 활용 중이다. 기존에는 각 조직별로 분절돼 있던 지식과 데이터를 공통 AI 레이어 위에서 다룰 수 있어, 정보 검색과 정리,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축은 데이터 기반 팬 참여 플랫폼이다. 소니는 AWS 상에서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 소니 데이터 오션을 통해 500여 종의 데이터 유형, 최대 760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소니 데이터 오션은 게임 플레이 로그, 시청 패턴, 음악 스트리밍 기록, 커뮤니티 활동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정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니는 유사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팬을 서로 연결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는 시장 트렌드와 이용자 반응에 대한 정교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장르 게임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을 자주 소비하는 이용자 그룹을 식별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안하거나, 크리에이터에게는 어느 시간대·어떤 포맷의 콘텐츠가 더 높은 참여를 유도하는지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식의 운영이 가능해진다.

 

참여 플랫폼 차원에서는 계정 관리, 결제 시스템, 데이터 처리 역량, 보안 체계 등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인프라의 핵심 기능을 수평적으로 확장했다. 게임 중심이던 계정·결제 기반을 다른 카테고리의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로 넓혀, 이용자가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서비스에 접근하고 크리에이터와 직접 상호작용하도록 설계하는 방향이다. 소니는 이를 통해 게임, 음악, 영화, 라이브 이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팬과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참여 허브 위에 연결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경쟁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스트리밍 데이터와 게임 로그를 통합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크리에이터 후원 및 수익 배분 구조를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니와 AWS의 협력은 여기에 전사적 엔터프라이즈 AI를 덧붙여 내부 업무 효율과 외부 팬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핵심 변수다. 소니는 방대한 양의 이용자 데이터와 콘텐츠 IP를 다루는 만큼, AWS 클라우드의 보안 기능과 자체 통제 정책을 결합해 규제 요구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국지화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데이터 오션과 참여 플랫폼의 운영 구조가 각국 규제 체계에 맞게 조정될 여지도 있다. 엔터프라이즈 AI 측면에서도 내부 민감 정보를 외부로 노출하지 않도록 접근 제어와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요구된다.

 

소니 그룹 개발총괄을 맡고 있는 코데라 츠요시는 AWS와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팬과 크리에이터 간 새로운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 데이터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협력이 소니가 내세워온 창의성과 기술 융합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는 소니가 데이터와 AI를 통해 사업 구조 전반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양사 협력이 단순한 게임 경험 지원을 넘어 깊은 감정적 연결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소니와 AWS의 협력이 향후 에이전틱 AI를 매개로 한 개인 맞춤형 팬 경험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방대한 문화 콘텐츠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과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기술과 창작, 이용자 데이터와 이용자 권리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산업계는 소니와 AWS의 모델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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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소니#소니데이터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