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서프라이즈가 오히려 부담”…미국, 연준 금리인하 지연 우려에 뉴욕증시 혼조
현지시각 기준 23일 화요일, 미국(USA)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발표된 강력한 성장 지표 속에 장초반 혼조 양상을 보였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강한 경제가 역설적으로 금융시장에서 긴축 장기화 우려를 키우는 구도가 재연된 모습이다.
현지 금융시장에 따르면 23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요 지수들은 장초반부터 방향성을 달리했다. 3분기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 민감주와 일부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는 한편, 고성장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나홀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금리 수준에 민감한 대형 성장주와 일부 방어주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 상승을 제약했다.
시장조사기관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Zacks Investment Research)는 이날 보고서에서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가 Fed에 ‘더 오래, 더 높게’(higher for longer) 금리를 유지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강한 성장보다 통화정책 완화 시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률 서프라이즈가 통상적인 ‘호재’와 달리, 통화 완화 지연이라는 ‘정책 리스크’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GDP 서프라이즈는 지난 수개월간 이어져 온 미국 경기 논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과 고물가,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소비와 고용을 바탕으로 ‘연착륙’ 가능성을 키워 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성장 둔화 사이에서 Fed가 어느 시점에 완화로 선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고, 그 기대가 주가를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3분기 성장률 호조는 당분간 Fed가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관측을 자극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너무 강하면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최근까지 선반영된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게 형성된 기술주와 장기 성장주에 대한 할인율 부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GDP 지표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 공포가 누그러지면서 기업 실적 개선과 소비 회복에 대한 신뢰가 강화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한다. 반대로 또 다른 진영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성장세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Fed가 향후 금리 인하 폭을 더욱 제한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한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이번 움직임을 미국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분수령 중 하나로 조명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와 글로벌 방송들은 “GDP 서프라이즈가 뉴욕증시에 혼재된 신호를 던졌다”며, 강한 성장과 통화 긴축 리스크가 동시 작동하는 구조를 부각했다. 일부 언론은 “시장 참여자들이 더 이상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과거의 역발상 논리에만 의존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했다.
향후 뉴욕증시의 방향성은 추가로 발표될 물가 지표와 고용 통계, 그리고 Fed 인사들의 발언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연말·연초에 나올 경제 데이터가 성장률의 지속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경로를 어떻게 보여줄지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통화정책은 여전히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가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글로벌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