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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데이터로 본 크리에이터 각축전…플랫폼, AI추천 고도화 속도전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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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브이로그와 숏폼 콘텐츠가 동영상 플랫폼 지형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 유튜브가 올해 한국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개한 연말 결산 결과,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크리에이터 추성훈 채널이 신규 구독자 증가폭 1위를 기록하며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플랫폼 내부 AI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 체류 시간과 상호작용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가공되지 않은 리얼리티 콘텐츠가 트렌드의 중심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순위가 숏폼과 브이로그 중심으로 재편되는 창작 생태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유튜브는 3일 2025 연말 결산 리스트를 발표하고 최고 인기 주제,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최고 인기곡, 쇼츠 최고 인기곡 등 4개 부문을 공개했다. 이번 순위는 단순 조회수 합산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신규 구독자를 모은 채널, 시청 지속 시간, 재방문율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데이터 기반 결과로 알려졌다.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는 구독자 198만 명을 보유한 추성훈 채널로 집계됐다.

플랫폼 측은 글로벌 컬처 앤드 트렌드 리포트에서 추성훈 채널의 성장 배경을 AI 추천 시스템과 이용자 행태 분석 관점에서 설명했다. 유튜브는 조회수, 좋아요, 댓글 같은 즉각적 반응뿐 아니라 영상 시청 완료율, 중간 이탈 구간, 재생목록 편입 비율 등을 머신러닝 모델로 분석해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침없는 진정성과 비가공 일상이라는 콘텐츠 속성이 이용자 공감 지표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 사례로 꼽힌 영상은 집을 치우지 않은 상태 그대로 공개한 일상 브이로그다. 제목과 썸네일 수준의 최소 편집만 거친 채, 실제 생활 공간을 여과 없이 공개한 이 영상은 업로드 후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AI 추천 모델은 이 영상의 높은 시청 완주율과 댓글 참여도를 학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잠재 시청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했고, 그 결과 신규 구독자 유입이 가속된 구조다.

 

추성훈 채널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야노 시호 집 셋방살이 콘셉트 영상에서 수십억대 주택이면서도 정돈되지 않은 생활 공간을 그대로 보여줬다. 인기 스포츠 스타임에도 아내 눈치를 살피는 장면 등 일상 속 관계성이 부각되면서, 댓글에는 리얼리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용자 반응 데이터는 플랫폼 입장에서 강력한 학습 신호로 작용하며, 이후 유사 포맷 콘텐츠 전반의 추천 비중을 키우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움직이게 된다.

 

같은 부문 2위에 오른 코미디언 이수지의 핫이슈지는 최신 이슈를 짧게 가공하는 포맷으로 쇼츠 중심 소비 패턴에 대응했다. 유머와 정보 전달을 결합한 숏폼 콘텐츠는 모바일 환경에서 평균 시청 시간을 분절해 더 많은 노출 기회를 확보한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시청 세션 내 영상 전환 빈도가 높아질수록 광고 인벤토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AI 모델은 자연스럽게 소비자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짧고 강한 후킹 구조의 콘텐츠를 우선 학습하게 된다.

 

올해 최고 인기 주제 1위에 오른 케데헌 역시 이러한 데이터 기반 구조의 수혜를 받았다. 특정 문화 코드를 중심으로 한 반복 시리즈, 짧은 배경음악과 함께 소비되는 밈 콘텐츠, 재가공이 쉬운 포맷은 알고리즘 상에서 확산성이 높게 평가된다. 음악과 쇼츠 인기곡 부문에서 반복 재생이 많은 음원이 상위권에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유튜브는 쇼츠 알고리즘을 별도로 운영하며, 음원 사용량과 공유 횟수, 리메이크 영상 수 등을 핵심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 연말 결산에서 드러난 흐름은 단순 인기 순위를 넘어 플랫폼 기술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유튜브는 딥러닝 기반 추천 엔진을 통해 개별 이용자에게 맞춤형 피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분석 도구를 통해 창작자가 자신의 성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도록 지원한다. 어느 구간에서 시청 이탈이 발생했는지, 어떤 썸네일 조합에서 클릭률이 높았는지 등 세부 지표가 제공되면서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 역공학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경쟁 플랫폼과의 구도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숏폼 동영상에 강점을 가진 서비스와 라이브 방송 중심 플랫폼이 각자 AI 추천 기술을 고도화하며 이용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커머스와 결합한 라이브 쇼핑, 버추얼 휴먼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용자의 시청 행태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광고 상품과 커머스 연동에 활용하는 데이터 독점 구조가 각 서비스의 수익성과 직결되고 있다.

 

다만 데이터 중심 생태계 확장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논의가 필연적으로 따른다. 시청 기록과 댓글, 검색 이력 등은 모두 AI 학습 데이터가 되지만,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느 범위까지 활용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유럽연합은 AI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프로파일링 제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이 데이터를 활용해 창작자와 광고주에게 효율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선택권과 통제권을 보장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튜브 연말 결산을 크리에이터 개인의 인기 변화뿐 아니라 데이터와 AI가 결합된 플랫폼 경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지표로 해석한다. 진정성을 앞세운 리얼리티와 짧지만 강한 숏폼 콘텐츠가 당분간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업계는 추천 알고리즘과 수익 배분 구조가 향후 콘텐츠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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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추성훈#핫이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