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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 225억 유치…이엔셀, 세포유전자 CDMO 확장 드라이브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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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 CDMO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엔셀이 바이오 전문 투자기관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낼 채비를 마쳤다.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 EN001의 임상 2a상에 진입한 가운데, 확보한 자금을 근감소증 등 적응증 확대와 일본 재생의료, 줄기세포 기반 항노화 스킨 부스터 사업에 투입해 중장기 매출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를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와 항노화 재생의료를 잇는 융합 비즈니스 모델의 시험대가 될 계기로 보고 있다.

 

이엔셀은 4일 이사회에서 총 225억 원 규모의 제1회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전환사채는 12일 납입이 예정돼 있으며, 표면 이자율 0퍼센트, 만기 이자율 3퍼센트, 만기일 2030년 12월 12일 조건으로 조달된다. 전환사채는 일정 시점 이후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메자닌 금융 수단으로, 이엔셀은 지분 희석을 단계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대규모 연구개발과 설비 확충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번 CB 발행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며, 엔에이치-메리츠 바이오 신기술투자조합, BNH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벤처·프라이빗에쿼티 하우스들이 참여했다. 임상 성공 여부와 CDMO 수주 파이프라인에 민감한 전문 투자기관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엔셀이 보유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기술력과 파이프라인 가치에 대한 정밀 실사를 통과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엔셀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를 핵심 사업 축으로 삼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는 바이러스 벡터 제조, 세포 배양, 공정 개발, 품질관리까지 통합 지원하는 형태로, 고난도 생물공정 기술과 엄격한 규제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 이엔셀은 그동안 축적한 공정 설계와 GMP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위탁생산과 개발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특히 유전자 삽입용 벡터 생산 효율을 높이고, 배치 간 품질 편차를 줄이는 공정 최적화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회사의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인 샤르코마리투스병 CMT 1A형 치료제 EN001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a상 승인을 획득했다. CMT 1A형은 말초신경계 유전질환으로, 현재 근본적 치료제가 부재해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EN001은 질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신경 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2a상 승인으로 EN001은 안전성 중심의 초기 단계를 넘어, 일정 수준의 유효성을 탐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엔셀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EN001의 조기 상용화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상 2a상 진행과 후속 대규모 임상 설계 준비, 글로벌 임상 확장 가능성 검토, CMC 품질관리 체계 강화 등이다. 아울러 근감소증 등 근육 관련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전임상·임상 연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근감소증은 고령화에 따라 환자군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기능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커지고 있어 유전자치료제 개발사에게 매력적인 타깃으로 평가된다.

 

이엔셀은 CDMO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더해, 항노화 재생의료와 줄기세포 기반 스킨 부스터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스킨 부스터는 피부 재생과 탄력 개선을 돕는 주사제나 주입형 제품군으로, 줄기세포 유래 세포외소포체와 성장인자 등을 활용해 기존 필러나 레이저 시술과 차별화된 장기적 효능을 겨냥한다. 줄기세포 배양과 정제, 품질 균질성을 확보한 CDMO 인프라는 곧바로 미용·항노화 분야 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어, 이엔셀 입장에서는 기존 설비와 인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일본 재생의료 시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항노화·미용 의료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재생의료법 제정 이후 세포치료와 미용 관련 시술 제도가 정비돼 줄기세포 기반 스킨 부스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미국 역시 고소득층 중심으로 프리미엄 항노화 솔루션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다. 이엔셀은 이러한 지역을 우선 공략해 내년 이후 신규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CDMO 수주와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를 병행하는 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이엔셀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역량과 재생의료 응용 사업을 결합해 수직계열화 효과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의 공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와 항노화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면,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규제 대응·품질관리 경험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생의료와 미용 분야는 국가별 규제 차이가 크고, 허용 범위와 광고 규제 등이 변동성이 큰 만큼, 각국 허가 전략과 파트너십 체계가 향후 사업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엔셀 관계자는 바이오 전문 투자기관들이 참여한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이엔셀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결과라며, 임상과 CDMO 사업, 항노화 재생의료 신사업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데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엔셀이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EN001 상용화와 글로벌 항노화 시장 진입에 성공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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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엔셀#en001#샤르코마리투스병1a형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