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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쇼핑하고, 말과 산책한다”…안성의 주말 여행이 달라졌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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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이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안성으로 향하는 차가 부쩍 늘었다. 예전엔 스쳐 지나가는 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쇼핑, 체험이 한 번에 해결되는 근교 여행지의 일상이 됐다.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 초원 사이로 카페, 쇼핑몰, 승마장이 이어지면서 안성의 풍경도 천천히 달라지고 있다.

 

안성시 공도읍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폰손비는 그 변화를 가장 감성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럽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인테리어와 빵 굽는 향기가 먼저 반긴다. 유기농 밀가루와 프랑스 AOP 버터로 매일 아침 구워낸 빵이 진열대에 채워지면, 손님들은 사진을 찍고, 한참을 고르다가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커피 한 잔과 따뜻한 빵 한 조각을 앞에 두고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숨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폰손비는 여행지라기보다, 잠시 머물다 가는 ‘동네의 확장된 거실’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출처=한국관광공사 안성팜랜드
출처=한국관광공사 안성팜랜드

폰손비에서 차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농협경제지주 안성팜랜드는 공도읍을 가족 여행지로 만든 핵심 공간이다. 넓게 펼쳐진 초원 위로 소와 양, 말이 여유롭게 움직이고, 아이들은 울타리 앞에서 손을 내밀어 먹이를 건넨다. 몸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흙냄새와 풀 향이다. 동물을 직접 만지고, 들꽃 한 포기의 이름을 배우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 SNS에선 “아이와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하늘색을 봤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주말마다 안성팜랜드를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면서, 자연 속 체험형 공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놀이와 배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3박자 나들이’에 대한 갈증”으로 설명한다.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느끼고 배우는 경험이 일상이 된 셈이다.

 

공도읍의 또 다른 얼굴은 스타필드 안성이다. 같은 지역 안에서 ‘전원형 체험’과 ‘도심형 여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스타필드 안성은 쇼핑과 레저, 힐링을 한 공간에 모은 테마파크형 쇼핑몰로, 실내와 실외를 넘나들며 하루를 보낼 수 있게 짜여 있다. 넓은 복도와 높은 층고, 곳곳에 배치된 휴식 공간 덕분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비교적 여유롭게 움직인다. 맛집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레저 시설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대형 매장을 둘러보는 어른들이 한데 섞이며 ‘날씨와 상관없는 하루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기자가 공도읍 일대를 돌아보니, 동선은 단순하지만 하루의 결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오전에는 안성팜랜드에서 초원을 걷고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스타필드 안성으로 이동해 쇼핑과 식사를 해결하는 식이다. 여유가 있다면 그 사이에 폰손비에 들러 빵과 커피로 짧은 티타임을 갖는다. 차로 10~20분 이내를 오가며 ‘자연–카페–쇼핑몰’을 이어 붙이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장거리 여행 대신 안성으로 방향을 튼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농협안성팜랜드승마센터는 공도읍의 풍경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말과 함께 걷고 달리는 시간은 일상의 속도를 한 번 더 낮춰준다. 체계적인 말 교육 시스템 덕분에 승마가 처음인 이들도 부담 없이 레슨을 받을 수 있고,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각자의 속도로 말을 알아간다. 팜랜드와 연계돼 있어, 동물들과 교감하는 체험을 확장시키기에도 좋다. 승마를 마치고 마장 밖으로 나오면 탁 트인 하늘과 초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제야 “주말이 정말 쉬어간다”는 감각을 실감하게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나는 쇼핑으로 스트레스 풀고 온 하루였다”는 부모의 이야기, “멀리 가지 않아도 여행 온 기분이 든다”는 커플의 후기가 나란히 달린다. 친구들끼리도 “서울 근교에서 가장 ‘알찬’ 루트”라며 공도읍 일대를 하루 코스로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안성은 ‘대체 여행지’가 아니라, 주말마다 떠올리는 첫 번째 선택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의 본질을 “삶의 리듬을 바꾸려는 작은 시도”라고 읽는다. 먼 곳으로 떠나는 대신, 익숙한 반경 안에서 새로운 조합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초원과 쇼핑몰, 카페와 승마장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모습은, 자연과 도시 생활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소해 보이는 주말 동선의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기준이 담겨 있다.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이라 부르던 시대에서, 나와 가족이 편안하면 그곳이 곧 여행지가 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안성 공도읍에서 보내는 하루는 그런 변화를 조용히 증명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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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팜랜드#폰손비#스타필드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