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우물 더 넓게·더 깊게”…이재명, 공정성장·지역균형 발전 주문
정책 기조를 둘러싼 성장과 분배의 논쟁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반도체 산업계가 맞붙었다. 성장 잠재력의 상징인 반도체 산업을 두고, 이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를 촉구하면서도 공정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을 동시에 요구하며 정치권과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반도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도 매우 중요한 대전제"라면서도 "그 파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 우선 기조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성과 공유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 방향이 개별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밝히며, 반도체 산업의 확대가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때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전환기에 반도체 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잠깐의 혼란을 벗어나 새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산업경제의 발전이 그 핵심이며,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며 "정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물을 좁게 파면 빨리 팔 수 있지만 깊게 파기는 어렵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넓게, 더 깊게 파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정책 최고책임자로서의 제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성과가 일부 기업과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성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균형 발전 요구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면서, 시장 논리만으로는 균형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기에 기업이 선의로 경영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균형발전 전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규제,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남부 권역을 지목하며 새로운 산업 지도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이를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에너지 기반 인프라와 연계한 대규모 투자 유치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재·부품·장비 의존도 문제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소위 '소부장' 분야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언급하며 공급망 안정과 기술 자립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정부와 기업의 공동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반도체 전략인지, 기업에 대한 규범적 요구가 강화되는 신호인지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국가 전략산업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세제 지원, 입지 규제 완화, 인프라 예산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향후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연계한 지역균형 발전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회와 협의해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