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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호텔 호황”…연말 성탄 특수, 플랫폼이 키웠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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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성탄 시즌을 앞두고 서울 주요 특급 호텔 객실이 사실상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1박 요금이 70만 원에서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형성됐음에도, 온라인 예약 창구에서는 이미 ‘완판’에 가까운 상황이다. 겉으로는 호캉스 수요가 주도하는 단기 소비 호조로 보이지만, 업계 안쪽에서는 데이터 기반 수요예측과 동적 요금 시스템을 결합한 IT 인프라가 수익 극대화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호텔 산업이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 중심의 ‘가격·재고 관리 비즈니스’로 재편되는 흐름이 보다 뚜렷해지는 장면이다.

 

16일 호텔업계와 온라인 예약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5성급 호텔의 12월 말 객실 예약률은 이미 90퍼센트 안팎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행상 예약률 90퍼센트는 사실상 만실로 간주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크리스마스 호텔 예약 근황’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주요 호텔별 객실 요금과 매진 상태가 캡처 화면으로 공유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100만 원을 넘는 가격에도 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사례를 나열하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게시글 속 가격 정보를 보면, 잠실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의 크리스마스 전후 1박 판매가는 약 145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파크 하얏트 서울 약 126만 원, 롯데호텔 서울 약 125만 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약 113만 원 등 주요 특급 호텔 대부분이 100만 원을 넘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기 둔화 우려와 높은 객실 요금 간 괴리를 지적하면서도, 연말 비일상 경험에 대한 수요를 드러내는 반응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성탄 특수가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정교해진 IT 인프라와 데이터 분석 체계가 만들어낸 수요 관리 효과로 해석한다. 호텔들은 자체 예약 채널에 더해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메타검색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동적 요금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예약 패턴, 검색량, 과거 연말 투숙 데이터, 인근 행사 일정 등을 분석해 가격을 수시로 재산정하는 구조로, 같은 객실이라도 조회 시점과 채널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배경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수요예측 시스템이 상용화되면서, 객실 재고 관리와 요금 책정의 정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통해 요일, 공휴일, 지역 축제, 항공편 증감, 검색 트래픽 같은 변수를 통합 분석하고, 예약률 90퍼센트에 근접하는 시점까지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격 전략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수작업이나 단순 통계에 기대던 연말 특수 관리가, 이제는 데이터 알고리즘 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기술 기반 요금 전략은 호텔뿐 아니라 항공, 리조트, 놀이공원, 온라인 콘서트 티켓 판매 등 다양한 레저·관광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내국인 중심 호캉스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호텔 체인도 글로벌 예약 엔진과 연동된 수요예측 솔루션 도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의 가격 변동 폭이 커져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객실당 매출을 극대화하는 핵심 도구가 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호텔 수요예측과 동적 요금을 자동화하는 클라우드형 PMS와 레베뉴 매니지먼트 시스템 경쟁이 본격화돼 있다. 북미와 유럽 주요 체인은 AI를 적용해 수요 급변 구간을 선제 탐지하고, 할인·패키지·업그레이드를 묶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국내 시장도 성탄과 연말처럼 수요가 집중되는 기간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의 IT·데이터 인프라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가격 투명성,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논의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같은 시점에 같은 객실을 조회하더라도 채널별 가격 차이가 커질 경우,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는지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경기 둔화 속에서 일부 고가 상품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지, 통계·데이터 차원의 추가 분석도 요구된다.

 

관광·숙박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 성탄 특수가 데이터 중심 수요 관리 체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진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IT 기술로 고도화된 가격·재고 전략이 이용자 체감 물가와 어떤 긴장을 빚을지, 향후 규제와 자율 기준 마련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계는 호텔 호황의 이면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새 소비 지형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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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예약플랫폼#ai수요예측#동적요금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