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특검 출석”…김건희, 종묘 차담회·관저 이전 특혜 의혹 정면 조사
정권 핵심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9번째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각종 특혜·로비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통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특별검사팀은 그동안 진행해 온 대면 조사에 이어 남은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은 이달 28일 종료된다. 아직 별도의 추가 소환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이날 조사는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사실상 마지막 대면 조사라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특검팀은 그간 재판에 넘기지 못한 사안과 보강 수사가 필요한 지점을 중심으로 신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에는 국가문화재와 군 함정 등 공공 자산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포함됐다. 김 여사가 2024년 9월 3일 서울 종로구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가진 행위가 국가 유산의 사적 이용에 해당하는지, 또 2023년 8월 당시 대통령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해군 지휘정인 귀빈정에서 선상 파티를 즐겼다는 의혹이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도 조사의 중요한 축이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두고 특검팀은 관련자 진술과 자료를 대조하고 있다. 수주 구조와 대금 지급, 업무 범위 등을 둘러싸고 김 여사와의 연관성 여부를 추가로 캐물을 방침이다.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배우자 조씨가 2022년 김 여사에게 명품 브랜드 디올 가방과 의류 등을 건넸다는 정황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고가 선물이 오간 경위를 살피는 한편, 부정한 청탁이나 업무상 대가가 오갔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선물 시점과 관저 및 대통령실 공사 수주 과정이 맞물리는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집권 여당 인사와 관련된 선거 지원 대가성 수수 의혹도 쟁점이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로부터 2023년 3월 당 대표 선거 지원의 대가로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김 여사가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선물 제공 시기와 선거 지원 활동의 구체적 내용, 이후 정치적·사업적 이익이 오갔는지 여부가 조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는 지난 8월 2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명태균 전 정당 인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이른바 건진법사·통일교 측 청탁 수수 의혹과 관련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선고는 내달 28일 내려질 예정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은 사법 절차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내세우면서도, 정권 안정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은 그동안 제기해 온 의혹이 특검 수사를 통해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특검팀 기소 여부와 재판부 판단에 따라 여야 공방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수사 기간 만료 전까지 남은 조사와 보강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 여부와 추가 수사 필요성을 종합 검토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내년 선고 이후 정국 구도 변화를 예측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고,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관련 법·제도 정비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