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이 전자담배 수거창구 된다…우정본부 재활용 앞장
전자담배 사용이 늘면서 버려지는 디바이스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가 우편망을 활용한 순환 수거 체계가 새로 구축된다. 소비자는 가까운 우체통이나 우체국만 찾아가면 폐전자담배 디바이스를 별도 방문 없이 재활용 체계로 편리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소형 전자폐기물 회수 모델이 우편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향후 IT 기기 전반의 회수·재활용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관이 함께 설계하는 이 모델이 전자담배 시장의 환경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환경재단, 한국필립모리스와 전자담배 디바이스 우편회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전자담배 디바이스 우편회수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대상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제조한 전자담배 디바이스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우체국 창구와 우체통을 활용해 회수망을 깔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리배출과 재활용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정책 지원에 나선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우편망을 재활용 인프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소비자는 사용을 마친 전자담배 디바이스를 전용 우편회수 봉투에 넣어 가까운 우체국 창구에 제출하거나, 인근 우체통에 투함하면 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일반 우편물과는 분리된 회수 체계를 통해 수거된 디바이스를 지정 재활용 업체로 운송하고, 재활용 업체는 수거된 제품을 해체해 배터리, 금속,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선별 처리하는 구조다. 기존처럼 제품별 수거 거점이나 매장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파트너별 역할 분담도 비교적 뚜렷하다. 환경재단은 회수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우편회수 봉투를 제작하고, 대국민 캠페인과 홍보를 맡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회수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재정 투자와 기술적 지원을 담당해, 전자담배 제조사가 자사 제품의 전주기 관리에 직접 나서는 구조를 만든다. 정부 부처는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정비, 재활용 기준과 통계 체계 개선 등 제도적 기반 확충을 통해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자담배 디바이스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자회로, 발열체, 플라스틱 하우징 등 다양한 소재가 복합된 소형 전자기기로 분류된다. 일반 생활폐기물로 배출되면 매립·소각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 배출 위험이 커지고, 불법 투기 시 토양·수질 오염과 화재 위험도 동반된다. 특히 배터리와 금속은 적절한 전처리와 분리 공정을 거치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회수 체계 구축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적인 우편 물류망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수거 경로를 제공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전자담배 특수 매장이 없는 지역이나 고령층, 직장인 등 오프라인 수거 지점 이용이 어려운 계층도 우체국과 우체통을 통해 쉽게 배출할 수 있다. 불법 폐기와 방치를 줄이고, 무단 분해나 오남용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본격적인 회수가 시작되면 축적되는 데이터는 전자담배 이용 행태와 회수율 분석, 지역별 수거 효율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정부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소형 전자기기 회수 유형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자담배처럼 배터리 내장형 IT 디바이스는 사물인터넷 기기, 웨어러블, 소형 가전 등과 구조가 유사해, 향후 품목을 넓힌 확장 모델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 민관이 공동 설계한 이 회수 체계가 성과를 낼 경우, 다른 전자담배 제조사나 전자제품 업체의 참여를 이끄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우체국 창구와 우체통을 활용해 폐의약품과 일회용 커피캡슐 회수 우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자담배 디바이스 회수 서비스는 이러한 친환경 공공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셈이다. 곽병진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리는 우편망을 활용한 친환경 공공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국가 자원순환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업계는 전국 단위 우편 인프라를 활용한 회수 모델이 실제 시민 참여와 재활용률 제고로 이어질지, 그리고 향후 다른 디지털 기기와 IT 제품으로 확장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