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자금인지 알 수 없어"…강기정·김영록, 정치후원금 논란 선 그어
정치 후원금을 둘러싼 종교단체 연루 의혹과 지방자치단체장의 해명이 맞부딪쳤다. 통일교 측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측에 후원금을 건넸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고, 두 인사는 통일교 자금인지 알 수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17일 통일교 후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사람 가운데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다. 만난 건 둘째 치고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교 측 인사와의 인연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먼저 강조한 것이다.

강 시장은 후원금 수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는 "정치 후원금이라는 것이 합법적으로 계좌로 들어가서 영수증 처리가 다 됐다"며 "그런데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회의원 때 30만 원을 기준으로 해서 현금 30만 원 이상은 돌려줘 버렸다"고 설명하며, 현금 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측도 같은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정치 후원금은 법인이나 종교단체 이름으로 보낼 수 없고 모두 개인 명의로만 받게 돼 있다"며 "개인 명의로 보냈다고 했는데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이 정한 개인 명의 후원 구조상 종교단체 자금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통일교와의 인적·조직적 연계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후원과 관련해 통일교에서 연락해 온 바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며 "통일교 후원을 받았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교 자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수수했다는 의혹 자체를 일축한 셈이다.
논란의 발단은 전날 법정 증언에서 비롯됐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통일교 한학자 총재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통일교 간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2022년 지방선거 전후 후원금 내역을 증언했다.
법정에 나온 한 통일교 간부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측에 이른바 선교 활동 지원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히 광주·전남지역 지방선거와 관련해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300만 원,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름도 이 증언에서 함께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후원 액수는 드러나지 않았다. 통일교 측 자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 국면에서 특정 지역 정치인들에게 흘러갔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는 양상이다.
이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후원금 배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추후 통일교 행사를 할 때 VIP 초청 등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후원금 한도가 500만 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별위원회에 후원금 액수도 그 이하로 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상 한도를 의식해 개인별 후원액을 조정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간부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는 별개로 지자체장들에게 후원금을 임의로 배분한 것으로 판단해 관련 내용을 공소사실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조직 차원의 지시나 공모 범위, 자금 흐름 입증이 충분치 않다고 본 셈이다. 이에 따라 재판은 통일교 핵심 인사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집중돼 진행되고 있다.
다만 법정 증언으로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정치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두 인사는 후원금 자체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합법 정치자금이며, 통일교와의 연계성도 없었다고 방어에 나섰지만,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자금 접점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후원금 송금 방식, 계좌 명의, 당시 캠프 내 보고·인지 여부 등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논쟁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통일교 자금 의혹과 관련해 여야를 막론한 실명 거론이 이어지는 만큼, 제도 개선 요구와 함께 종교·정치 자금 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