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전환 파트너 자처”…오픈AI코리아, 한국 기업 공략 가속
인공지능 전환이 한국 기업 경쟁력 재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오픈AI코리아가 자사 기술을 앞세워 국내 기업의 AX 전환 파트너를 자임하고 나섰다. 챗GPT 출시 3년을 거치며 축적된 글로벌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 개인 사용자 수준에서 AI 활용 역량을 갖춘 한국 시장이 엔터프라이즈 AI 확산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생성형 AI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김경훈 오픈AI코리아 총괄 대표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인구당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이 전 세계 1위이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라며 “경제적 가치가 큰 일의 대부분이 기업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오픈AI코리아가 국내 기업들의 AI 전환을 돕는 최적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 법인을 전면에 내세운 본격적인 기업 시장 공략 선언이다.

오픈AI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챗GPT 활용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미 일상 단계에 진입했다. 전 세계 기준 챗GPT 일일 메시지 건수는 2023년 6월 4억5000만 건에서 2024년 6월 26억3000만 건으로 약 6배 늘었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전 세계에서 매주 8억 명 이상이 챗GPT를 사용하며 AI 효용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규모 사용량은 단순 트래픽 증가를 넘어, 기업 환경에서 AI 도입 장벽을 낮추는 학습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픈AI가 분석한 글로벌 사용 패턴을 보면 챗GPT는 이미 일종의 개인 지능 보조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이용자의 약 29퍼센트는 운동 관리와 건강, 생활 정보, 학습 조언,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등 실용적 조언을 얻기 위해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 보완재 성격인 정보 탐색 목적 사용 비중도 24퍼센트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자연어로 답변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이 일상적인 판단과 선택 과정에 깊숙이 들어간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양상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는 일상 정보 탐색보다 업무와 직접 연계된 활용 비중이 높다. 국내 이용자의 29퍼센트가 문서와 계약서 번역, 문서 및 이메일 작성 등 구체적인 업무 산출물을 만드는 데 챗GPT를 활용했고, 21퍼센트는 업무 과업 수행 방법을 묻는 데 사용했다. 직장인 중심의 생산성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은 셈으로, 오픈AI 측은 “직원들이 이미 챗GPT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업용 챗GPT엔터프라이즈의 파일럿 기간이 짧고, 조직 내 AI 전환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국내 대기업의 실제 도입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GS건설은 전사 차원에서 챗GPT엔터프라이즈를 배포해 직원 개개인이 발굴한 활용 사례를 조직 전체로 공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단순 번역이나 문서 작성 보조를 넘어 설계 검토, 계약 리스크 검토, 공사지원 문서 작성 등 건설업 특화 영역으로 AI 활용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기업 내부 도메인 지식과 생성형 AI를 결합해 현장 중심의 업무 혁신을 꾀하는 전형적인 AX 전략이다.
통신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오픈AI 기술을 활용한 에이전틱 콜봇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6일 에이전틱 콜봇 스탠다드를 출시하고, 2025년 상반기에는 한 단계 고도화된 에이전틱 콜봇 프로를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콜봇은 고객의 발화에서 의도를 해석하고 필요한 지식을 찾아 스스로 행동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하는 구조다. 단순 스크립트 기반 챗봇이 아니라, 통화 중 실시간 의사결정과 후속 업무 처리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를 표방하면서, 콜센터 자동화와 고객 경험 혁신을 동시에 노리는 구도다.
오픈AI는 전 세계 100만 개가 넘는 기업이 자사 기술을 도입해 AI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로부터 생성형 AI 분야 이머징 리더 평가를 받은 점도 기업 시장 공략의 근거로 제시했다. 가트너는 모델 성능과 기술 완성도, 제품 안정성, 엔터프라이즈 적용성, 고객사의 생산성 개선 사례, 시장 성장성, 상품 신뢰도 등을 종합 평가해 오픈AI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데이터 주권, 보안, 비용 구조를 둘러싼 검토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대규모 확산에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와 레퍼런스 축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대형 언어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한 엔터프라이즈 패키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픈AI와 더불어 국내 대형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이 자체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하거나 해외 모델과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어느 생태계가 기업 고객 확보에 우위를 점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제조, 금융, 의료 등 규제가 강하고 보안 요구 수준이 높은 산업에서 어떤 솔루션이 신뢰를 획득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개인 차원에서 AI 활용 역량이 높은 만큼, 기업과 공공 부문에서의 내재화 속도에 따라 산업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사용에 익숙하다는 점은 분명한 자산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작업은 별개의 과제”라며 “보안 정책, 데이터 거버넌스, 내부 시스템 연계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수준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생산성 향상이 실질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코리아가 내건 ‘AX 파트너’ 전략은 결국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한 단계 확장해, 업무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AX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산업계는 오픈AI가 제시한 글로벌 레퍼런스와 국내 도입 사례가 한국 기업 현실에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식될지, 그리고 이러한 기술 도입이 실제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