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크래프톤 TPP 이스포츠 초청전 연다 배틀그라운드 관전 패러다임 실험

박진우 기자
입력

배틀로얄 장르 대표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연말 글로벌 이스포츠 무대에서 관전 방식을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크래프톤이 선보인 이번 초청전은 이용자 다수가 익숙한 3인칭 TPP 시점을 정식 대회에 적용해, 실제 플레이 경험과 경기 관전 사이의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FPP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이스포츠 메타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보면서, 관전 재미와 팬덤 확장 경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크래프톤은 펍지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연말 이스포츠 초청전 펍지 플레이어스 마스터스 인비테이셔널을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성수에 위치한 펍지 성수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글로벌 초청전 형식으로 총 16개 팀, 64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며,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경기에서는 드물게 3인칭 TPP 모드로 진행된다. 총상금은 20만 달러, 한화 약 2억 9600만 원 규모로 책정됐고, 우승 팀에는 5만 달러, 약 7400만 원이 돌아간다.

핵심 변화는 시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일반 이용자들이 평소 주로 3인칭 TPP 시점에서 플레이해온 게임이다. 반면 공식 이스포츠 무대에서는 1인칭 FPP 기반 경기가 표준처럼 운영돼왔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이러한 괴리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이용자가 실제 플레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관객이 중계 화면을 통해 체감하는 긴장감이 같은 구조 안에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술적 선택은 FPP 기반 이스포츠를 대체하려는 방향이 아니라, TPP와 FPP를 병행해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의 포맷과 팬 경험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 측면에서는 TPP 적용이 신규 시청자 유입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FPP 대회는 프로 선수들의 시야와 동일한 화면을 제공해 경쟁의 몰입감을 높였지만, 실제 플레이와 다른 경험 탓에 일반 이용자의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반면 TPP 모드는 이용자 다수가 이미 익숙한 시점이어서, 게임을 직접 즐기는 층이 곧바로 관람층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이스포츠 생태계 확장과 직결되는 요소로, 크래프톤이 이번 대회를 단순 이벤트가 아닌 구조 실험으로 규정하는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경기 중계 생태계 역시 다층적으로 구성된다. 펍지 플레이어스 마스터스 인비테이셔널은 유튜브, 트위치, 틱톡, 엑스, 숲, 치지직, 네이버 TV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10개 언어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공식 중계 외에도 출전 선수 대부분이 개인 방송을 병행해 시청자는 팀 단위 관점 중계뿐 아니라 선수별 시점 화면까지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멀티 스트리밍 환경을 활용해, 동일 경기 데이터 스트림을 다양한 관점의 피드로 재가공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이스포츠 시장에서는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등 주요 타이틀이 관전 카메라 자동화와 멀티 POV 중계를 통해 팬 경험을 세분화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용자 친화적인 시점 구성과 스트리머 연계 생중계 체계를 강화하면서, 생태계 후방에 있는 방송 플랫폼, 콘텐츠 제작자, 광고주와의 협력 구조를 넓히려는 행보로 보인다.

 

오프라인 팬 경험도 병행 강화한다. 대회 기간 동안 개최지인 펍지 성수에서는 연말 콘셉트로 꾸민 오프라인 뷰잉 파티가 운영된다.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약 25만 원 상당의 키보드가 제공되는 퀴즈 및 승부 예측 이벤트가 진행되며, 홀리데이 포토존과 펍지 감성의 연말 데코레이션 공간도 마련된다. 온라인 중심 이스포츠 소비 행태 속에서도 팬들이 실제로 모여 관전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유지해, 커뮤니티 결속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규제나 정책 이슈 측면에서 직접적인 제도 변화는 없지만, 글로벌 스트리밍과 오프라인 이벤트를 병행하는 구조 탓에 저작권, 초상권, 방송 플랫폼별 콘텐츠 가이드라인 등 준수 사항은 더욱 복잡해지는 추세다. 다만 크래프톤은 이미 다수의 국제 대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지역 플랫폼 정책을 반영하고, 선수 개인 방송과의 권리 관계를 사전 조율해 중복 송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설계해왔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이번 TPP 인비테이셔널을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포맷을 재정의하는 시험대이자, 장기적으로는 신규 리그 구조나 별도 투어 신설로 이어질 수 있는 전초전으로 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중 플레이 패턴에 맞춘 시점 실험이 성과를 거둘 경우 배틀그라운드뿐 아니라 다른 FPS 기반 종목에도 포맷 다변화 논의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대회가 TPP 모드 이스포츠의 상시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관전 경험 혁신이 실제 수익 구조 개선으로 연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크래프톤#펍지배틀그라운드#펍지플레이어스마스터스인비테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