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70 대 민심 30 재고하겠다"…나경원, 국민의힘 지선 경선룰 수술 시사
당원 비중을 대폭 늘리는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룰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경선룰을 설계 중인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당심 70 대 민심 30 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룰과 청년 공천 확대 방향을 둘러싼 당내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추가 논의를 예고했다. 그는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선거이므로 관련해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초 여론조사 30, 당원 투표 70 구조의 경선룰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민심보다 당심을 과도하게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도부와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제기되자, 경선 비율 자체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나 의원도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가 너무 큰 부분, 역선택 때문에 그동안의 당의 기여를 확장하자는 의미로 7대 3을 얘기했는데, 여기에 또 다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심 70 대 민심 30 비율이 실제로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 의원은 기획단의 법적·조직적 위상부터 짚었다. 그는 "저희는 일종의 건의·자문기구로 최종 결정은 아니었다"며 "여러 의견을 골고루 듣는 과정을 통해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와 당 지도부가 최종 결정권을 쥔 만큼, 기획단 안은 수정 가능성이 크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애초 지난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한 뒤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이견을 반영해 회의를 연기한 상태다. 나 의원은 "마지막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좀 더 변화하고 기존의 고착화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혁신적인 안을 정리하고자 한다"며 "곧 마무리 회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단은 다음 주 중 마지막 회의를 열고 수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경선룰 재검토와 함께 기획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공천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도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선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소속 청년 의원들과 함께 청년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세부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기획단은 당원협의회별로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 여성과 청년을 각각 1명씩 의무 공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17개 시도별로 청년 오디션을 실시해 광역 의회 비례대표 순번 1, 2번 가운데 1명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년을 배정하는 구상도 내놨다. 나 의원은 청년 후보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획단은 청년 후보자에게 최대 20%포인트까지 정량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내부 의견을 모은 상태다. 경선 구조상 불리한 청년 후보에게 실질적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정책 의제에서도 청년층을 전면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획단은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해 주거, 일자리, 자산 형성, 결혼, 1인 가구 등 5대 분야별 청년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 지방선거 공약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청년 수요를 분석해 광역·기초단체 공약과 연동하는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나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청년 정치 확장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해 청년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청년이 정치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청년 정치 참여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공천 확대와 경선룰 개편을 패키지로 묶어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당심 70 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강성 당원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올리면 민심과 괴리된 공천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반대로 지역조직과 장기간 당 활동을 이어온 인사들 사이에서는 당의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경선룰 조정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공천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기획단 논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총선 이후 흔들린 지지 기반을 지방선거에서 회복하려면 청년과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와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론 지형과 당내 역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경선룰과 청년 공천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다음 주 마지막 회의에서 경선룰 조정안과 청년 공천 확대 방안을 정리해 최고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지도부와 기획단, 당내 각 계파와 청년 조직의 이해가 맞부딪히는 과정에서 추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어떤 경선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천 경쟁은 물론 민심 회복 전략의 방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