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성장 고착과 버블 붕괴 경고”…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5대 위험 제시에 파장 확산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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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3일, 한국(Republic of Korea) 서울에서 민간 싱크탱크 현대경제연구원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를 총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가 중장기 저성장과 자산시장 버블 붕괴, 중국 경기 위기, 재정 불안, 신종 팬데믹 재현 등 다섯 가지 체계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진단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포함해 국제 사회 전반에 잠재적 충격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다섯 마리 그레이 스완(Gray Swan), 그 그림자가 드리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 글로벌 경제를 “성장보다는 유동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불안정한 국면”으로 규정했다. 연구원은 그레이 스완을 “발생 가능성은 비교적 높지만 일단 현실화되면 해법 마련이 매우 어려운 체계적 위험”으로 정의하며, 기존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해 온 블랙 스완과 구분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5대 체계적 위험 경고…저성장·버블 붕괴·중국 위기 부각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5대 체계적 위험 경고…저성장·버블 붕괴·중국 위기 부각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리스크는 ‘중장기 저성장 고착’이다. 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4.2% 수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3.5%, 최근에는 3.2% 수준이 예상되는 등 성장 둔화가 장기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를 산업혁명기와 유사한 “대전환기 성장 동력 약화” 현상으로 해석하며, 기술·산업 구조 변화 과정에서 생산성 제고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위험은 ‘유동성 장세에 기반한 자산시장 버블 붕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미국(USA) 증시를 예로 들며, 주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가 200%를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글로벌 자산시장은 실물 경제의 견조한 성장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며, 충격 요인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고는 통화정책 전환, 지정학적 충돌, 금융 불안 등 외부 충격이 맞물릴 경우 글로벌 자산시장 조정이 한층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로 연구원이 꼽은 요인은 ‘중국(China) 경제 위기’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심화와 중진국 함정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경쟁력 조정,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문제, 인구 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률이 뚜렷이 둔화하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중국이 본격적인 저성장 단계로 진입하면 수출과 투자,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중대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 번째 위험으로 지목된 것은 ‘글로벌 재정위기 가능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다수 국가에서 정부부채가 빠르게 누적되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이뤄진 데 더해, 고령화와 복지 수요 확대, 안보 여건 악화로 인한 방위비 증액 등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이 특정 국가의 재정위기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섯 번째 체계적 위험은 ‘신종 팬데믹의 재현’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신종 감염병이 반복 출현할 수 있으며, 그때마다 실물 경제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증폭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 혼선, 국경 통제 강화, 인력 이동 제한 등이 재차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는 “심각한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주요국 보건 당국이 경고해 온 팬데믹 상시화 우려와도 맥을 같이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다섯 가지 그레이 스완에 공통적으로 “일단 현실화되면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통화·재정정책 도구만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에 역부족일 수 있으며, 구조 개혁과 국제 공조가 병행되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별도로 지적했다. 대외 개방도가 높고 특정 국가·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구조에서 글로벌 체계적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과 고용, 금융시장 모두에 상당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기반을 재정비하고,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산시장 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여 과도한 레버리지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강화해 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선제적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 투자, 인구·노동시장 구조 개선, 산업 고도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번 경고는 선진국·신흥국을 막론하고 성장 둔화와 부채 누적, 지정학 갈등, 공중보건 위험이 교차하는 현 국제 경제 환경에 대한 종합 진단으로 읽힌다. 보고서가 지목한 다섯 가지 체계적 위험이 실제로 어떤 조합으로 현실화될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분석이 촉발한 경고 신호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와 위기 대응 체계를 어떻게 재정비할지 주목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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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그레이스완#중국경제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