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누굴 구속수사하겠나"…내란특검,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정면 비판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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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둘러싸고 내란특별검사팀과 사법부가 정면 충돌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법원의 판단을 강하게 비판하며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혔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사실관계가 이미 국민에게 확인된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유감을 표시했다. 박지영 내란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실관계가 명백한데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구속수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특히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든 다툼의 여지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민들도 모두 확인한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추후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같은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추 의원의 당시 행동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책임 방기를 주장했다. 박 특검보는 "무장한 군인이 국회를 짓밟는 상황에서 추 의원은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정무수석, 국무총리, 대통령과 순차 통화한 뒤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실과 본회의장은 2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데도 본인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특검은 계엄 상황에서 여당 원내지도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조직적 움직임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특검보는 "추 의원이 의총 장소를 당사로 변경한 이후에 국회에 들어온 다른 의원도 있었다"며 "원내대표로부터 계엄 관련 설명을 기대한 의원들은 당사로 발길을 돌렸고, 이미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게도 같은 공지가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정 증언 내용도 언급됐다. 박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추 의원에게 '걱정하지 마라, 조만간 빨리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했다"며 "혐의 소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관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판단이 아니라 법원의 본안 심리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취지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특검은 거듭 역설했다. 박 특검보는 "구속수사의 목표는 증거 채증을 통해 유죄를 받아내는 것"이라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진술 영향력과 오염 가능성을 더욱 배제할 수 없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의 경우 증거 인멸 우려를 더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특검팀은 수사 기한을 고려해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현직 의원의 불체포 특권 때문에 수사 기한 만기 전까지 체포 동의를 다시 받는 것은 여건상 불가능하다"며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원이 기각 사유에도 명시한 것처럼 충실한 법정 공방을 통해 합당한 판단과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추 의원을 조만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공모 여부와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박 특검보는 "추 의원 이외에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을 공범으로 기소하는 방안은 현 단계에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적 공범 구조 수사보다 추 의원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원 결정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특검보는 "계엄 선포 후 1년이 되는 날 추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법원의 판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클 것 같다"며 "합당한 처벌을 위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 1년 시점과 영장 기각 시점이 겹치며 상징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 의원에 대해 전날 약 9시간에 걸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의 강경 반발과 법원의 신중론이 맞서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계엄 사태 책임 공방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는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현안 질의를 통해 특검 수사와 사법부 판단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내란특검팀은 조만간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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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추경호#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