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의혹 속도전”...경찰 23명 전담팀 가동, 전재수는 결백 주장
정치권 인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특검,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연말로 다가온 공소시효를 앞두고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야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경찰청은 11일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전담할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팀은 중대범죄수사과장인 박창환 총경이 팀장을 맡았고, 박 총경을 포함해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수사관 대부분인 23명이 투입됐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있던 박 총경은 이날 경찰청으로 복귀했다.

전담팀이 수사에 나선 사건은 민중기 내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이첩된 통일교 금품 의혹이다.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영호 전 본부장이 특검 조사에서 국민의힘 인사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지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단초가 됐다. 특검은 관련 진술과 자료를 검토한 뒤 사건 기록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첩받은 수사 기록을 분석하면서 관련 의혹 당사자들을 상대로 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감안해 2018년 금품 수수 의혹의 경우 올해 말 시효 만료 이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전담 인력을 총동원한 대규모 팀이 구성된 배경이다.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 전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 정치 차원이라며 해양수산부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전 전 장관에게 명품 시계 2개와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금품 제공의 배경에 대해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성 지원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통일교 금품 의혹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이 아니라 뇌물 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연장될 수 있어, 2018년 금품 수수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와 처벌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담팀 역시 이 같은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해당 의혹에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이들에게 뇌물 혐의 적용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사전 법리 검토에서 뇌물 혐의를 검토한 만큼, 경찰 수사에서도 적용 범위와 대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찰은 우선 특검으로부터 이첩받은 수사 기록과 관련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뒤 관련자 진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통일교 관련 자금 출처, 자금 전달 경로, 정치권과의 접촉 창구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수사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 간 금품 거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정 정당을 넘어 여야 전반에 대한 신뢰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대로 수사 결과가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특검과 경찰의 판단을 둘러싼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 사이의 적용 범위와 공소시효 해석을 둘러싼 법리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뇌물죄 전환은 피의자의 지위, 금품과 직무 관련성, 청탁 내용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해 판단해 왔다. 따라서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실질적인 물증과 객관적 자료가 수사의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실무진을 중심으로 압축된 전담팀을 구성한 만큼 기록 검토와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통일교와 정치권의 자금 연결 의혹 전반을 어디까지 규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소환 조사와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특검과 국회 역시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향후 대응 수위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