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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정책 총괄 부처, 직원부터 바꾼다…과기정통부, 실습·플랫폼로 역량 강화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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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산업과 행정 전반을 재편하는 가운데 AI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부 구성원의 AI 이해도와 활용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내부 인력의 디지털 전환 수준이 향후 국가 AI정책의 실행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교육에서 현장 체험, 업무 시스템 전환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가 마련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정책 부처 자체의 AI 내재화가 공공영역 디지털 전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3일 AI 전담부처로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다층적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매월 AI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외 최신 기술과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AI전문가 브라운백 미팅을 상시화한다. 이날 열린 첫 미팅에는 한국과학기술원 정송 AI대학원장이 참여해 AI기술 발전의 흐름과 전망을 주제로 글로벌 연구 트렌드와 응용 분야 변화를 설명했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연구개발 방향과 시장 구조 변화를 동시에 짚어주는 교육 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실시간 글로벌 이슈 분석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도 구축했다. 과기정통부는 전 세계 주요 AI 이슈를 빠르게 수집·분석해 정책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AI트렌드 센싱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 플랫폼에는 국내외 AI 동향, 주요 연구기관과 빅테크 기업의 분석 보고서,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부처 내부 구성원들이 동일한 데이터와 분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집단 지성 방식으로 주요 AI 이슈를 발굴하고 대응 방안을 조기에 도출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정책 형성 과정에서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기획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개발과 활용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과기정통부는 AI 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장 방문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특히 AI현장 일일 인턴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AI학습데이터 구축, AI모델 개발과 현장 활용 과정을 실무 수준에서 체험하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데이터 전처리, 모델 튜닝, 서비스 배포 등 민간 기업의 AI 업무 흐름을 몸으로 익히게 해, 제도 설계 단계에서 현장과의 괴리를 줄이는 효과를 노린다. AI정책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나 지원정책이 산업 수요와 맞물리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내부 디지털 전환과 업무 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도 가동된다. 과기정통부는 부내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AI 이노베이터스를 중심으로 AI 기반 업무혁신 활동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AI 공통기반과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을 연계해 보도자료 작성 지원, 보고서 자동 요약 등 반복적인 문서 업무를 AI가 수행하도록 하는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정책 문서 생산 과정에서 기계가 처리 가능한 영역을 정교하게 분리해, 공무원은 정책 설계와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굴되는 기능 개선 수요를 정부 AI 시스템에 반영해 전 부처 공통 플랫폼 고도화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보는 글로벌 주요국 정부가 행정 전 영역에 AI를 도입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정책 부처가 선제적으로 AI 활용 행정 모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행정문서 요약, 정책 자료 분석, 규제 영향 평가 등에 AI가 시범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실사용 경험을 축적하면 국내 공공부문의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표준도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다만 공공 데이터 활용 범위, 알고리즘 편향과 책임 소재, 보안·개인정보 보호 등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향후 과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경훈 부총리는 과기정통부가 AI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누구보다 AI를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부의 AI 전문성을 바탕으로 질 높은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업무혁신을 선도해 이를 전 부처로 확산시키자고 주문했다. 산업계와 행정 현장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이번 시도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 공공영역 AI 도입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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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ai트렌드센싱플랫폼#ai이노베이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