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파운데이션 도전장…리벨리온, NPU로 빅테크 종속 낮춘다
한국형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산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SK텔레콤과 손잡고 이른바 국대 AI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산 NPU와 한국어 특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결합해 빅테크 중심 클라우드 AI 의존을 낮추고, 국내 산업·서비스 환경에 맞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도가 한국의 AI 기술 주권과 데이터 주권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대표 인공지능을 발굴하기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현재 총 5개 컨소시엄이 경쟁 구도에 올라 있다. 리벨리온은 이 가운데 하나인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해 추론 특화 국산 AI 반도체와 모델 최적화를 담당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1차 평가를 통해 지원 대상을 4곳으로 줄인 뒤, 6개월 단위 단계별 평가를 거쳐 최종 2곳을 선별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의 김홍석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총괄은 SK텔레콤 뉴스룸 인터뷰에서 K AI 모델 개발의 의미를 빅테크 종속 최소화와 산업 맞춤형 AI 확산에서 찾았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K AI 모델은 빅테크 클라우드 기반 범용 모델 의존을 줄이고, 한국의 언어·산업·규제 환경을 반영한 특화 모델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어와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 모델 구축이 기술 주권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과 국산 AI 반도체 간의 긴밀한 최적화가 프로젝트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리벨리온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연산 패턴과 메모리 사용 구조에 맞춰 NPU를 설계하고, 동시에 모델 구조를 NPU에 최적화하는 이른바 모델 칩 코디자인 경험을 내세운다. GPU 중심 인프라가 갖는 전력 소모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고정밀 연산과 저지연 추론을 동시에 확보해 대규모 상용 서비스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리벨리온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상용 환경에서 성능이 검증된 NPU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운영 서비스에서 축적한 모델 칩 최적화 노하우를 통해 파운데이션 모델의 처리 효율과 확장성을 높이고, 동일 인프라 대비 더 많은 동시 접속과 응답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 총괄은 NPU 기반 서비스가 실제 운영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한 핵심 기술과 운영 경험을 확보했으며, 이번 컨소시엄에서 이러한 상용화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관점에서 리벨리온과 SK텔레콤 컨소시엄의 전략은 산업별 AI 전환 가속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신, 게임, 콘텐츠, 제조 등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자국 언어와 규제 환경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할 경우, 고객 응대 자동화, 공정 최적화, 실시간 콘텐츠 생성 등에서 직접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공공과 금융, 의료 분야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보안 기준을 충족하는 온프레미스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구축이 필수인 만큼, 국산 NPU 기반 폐쇄형 또는 전용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오픈AI,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대규모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앞세워 생태계 선점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범용 모델 경쟁을 주도하는 한편, 일본과 동남아 일부 국가는 자국어와 서비스 환경에 특화된 중형 모델을 육성하며 틈새를 공략하는 양상이다. 한국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후자에 가까운 전략으로, 특정 도메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특화형 K AI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반도체를 동시에 고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난도가 높고, 대규모 투자와 긴 개발 기간이 요구된다. 과기정통부가 단계별 평가 체계를 도입한 것도 성능과 상용화 가능성을 수시로 점검해 예산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성능 벤치마크, 안전성 평가, 데이터 윤리 기준 준수 여부가 주요 평가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리벨리온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의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며, 모델 최적화와 서비스형 NPU 인프라 구축 경험을 폭넓게 쌓았다고 설명한다. 앞으로는 대규모 상용 서비스 사례를 지속 확대해 NPU 활용 범위를 넓히고,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인프라 아키텍처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AI를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하고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이번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적인 기술 자립과 생태계 형성을 겨냥한 투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산 NPU와 K AI 모델의 결합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빅테크 중심 구조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산업계는 과기정통부의 1차 평가 결과와 함께 향후 개발 로드맵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