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트코인 9만달러 재도전…거센 변동성 속 제도권 ‘보유 구조’ 굳어지나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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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9만달러 선을 두고 연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투자자들의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기준금리 인하, AI 성장주 급락 등 상반된 변수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단기 가격은 흔들리지만, 온체인 지표와 제도권 자금 흐름은 장기 보유 구조 강화로 수렴하는 분위기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단기 조정을 거치면서 구조적 변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5일 암호화폐 시황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8만8,000달러대까지 밀렸다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8만9,000달러를 회복하며 9만달러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14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도 9만달러 지지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약세를 보였고, 13∼14일에는 9만달러 인근에서 수천달러 단위 급등락이 반복돼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청산됐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을 넘나가는 와중에 비트코인 가격만 크게 흔들리며 위험자산 내에서도 상이한 리듬을 보여줬다.

비트코인 9만달러 재도전, 흔들린 지지선 시험대
비트코인 9만달러 재도전, 흔들린 지지선 시험대

최근 조정의 배경에는 거시경제 환경과 기술적 요인, 수급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본은행이 12월 18∼19일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90%를 넘기며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고,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에서는 11월 중순 하루 2억7,800만달러를 포함해 한 달 새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대형 보유자는 레버리지 숏 포지션으로 수천만달러 규모 수익을 실현하며 매도 우위를 강화했고, 9만5,000달러대 피보나치 되돌림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주요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거래되는 약세 구도도 굳어졌다.

 

시장 반응은 단기 관망과 장기 분할 매수로 엇갈린다. 가격 급락 구간에서는 레버리지 청산으로 인한 공포 매도가 쏟아졌지만, 현물 중심 장기 투자자는 변동성 확대를 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파생상품 포지션 감소와 함께 현물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 관측되며, 단기 차익을 노리던 투자자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 결정과 미국 통화정책 방향이 확인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한편, 8만달러대 중후반을 중장기 매물대 구간으로 주시하는 분위기다.

 

온체인 지표는 단기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도 보낸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8만8,000BTC 수준이던 거래소 입금량은 최근 2만1,000BTC 안팎으로 급감했고, 대형 보유자의 입금 비중도 하루 평균 47%에서 21% 선으로 내려왔다. 약 한 달간 고래와 단기 보유자가 수십억달러대 손실을 감수하며 매도를 진행한 뒤, 현재는 추가 매물 부담이 줄어든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단기 조정이 과열된 레버리지와 투기 자금을 털어내는 과정으로 기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가격 레벨을 둘러싼 시각은 갈린다. 일부 온체인 분석가는 9만달러 부근을 박스권 하단으로 보고 8만8,000달러와 8만3,000달러 구간을 추가 하락 목표 영역으로 제시한다.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7만달러, 깊게는 5만달러까지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며 변동성 확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더해진다. 반면 다른 전략가들은 일본은행 결정을 비롯한 정책 이벤트가 소화된 뒤 변동성이 잦아들면 9만9,000달러, 10만달러, 11만달러 등 온체인 저항 구간 재도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9만4,000달러대 상단 저항을 뚫을 경우 단기적으로 10만달러를 향한 완화 랠리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와, 9만달러를 종가 기준으로 지키지 못하면 공포 심리가 재차 증폭될 수 있다는 경계가 공존한다.

 

구조적 관점에선 제도권 수급의 비중 확대가 눈에 띈다. 온체인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정부, 상장지수펀드, 거래소 등 제도권 대형 주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594만개로, 전체 유통량의 30% 수준에 이른다. 미국 상장사 스트래티지 등은 나스닥1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삼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은행과 투자은행도 목표가를 조정하면서도 장기 강세 기조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단기 차트에서는 고래 주문의 빈자리를 개인 투자자의 소액 주문이 메우고 있지만, 장기 수급 구조에서는 제도권·장기 보유자 중심 체제가 뿌리내리는 모양새다.

 

이번 9만달러 공방전은 단순한 가격 구간 싸움이 아니라 시장 문화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레버리지로 단기 수익을 추구하던 투기적 자금은 대규모 청산과 함께 후퇴했고, 제도권 자금과 장기 보유자는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8만5,000달러 안팎의 방어선이 유지될지, 9만4,000달러 상단을 회복할 수 있을지와 별개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시험대에 올려놓은 것은 비트코인 가격 자체보다 신뢰와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 흐름은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함께 ETF 자금 동향, 온체인 수급 구조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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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일본은행#크립토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