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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돌봄 공백 메운다"…한림대성심병원, R&D 시동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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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령화로 인한 돌봄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병원과 가정을 연결하는 돌봄·의료 보조 로봇이 등장하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만성질환자와 고령층을 위한 지속 가능한 케어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의료기관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이번 연구를 로봇 기반 돌봄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길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12일 산업통상부 지원으로 추진되는 2025년 로봇산업기술개발사업 착수회의에 참여하며, 가정과 의료 현장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본격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내 로봇 기술의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사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블루로빈이 주관기관을 맡고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다. 컨소시엄은 가정과 병원 환경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돌봄과 의료 보조 서비스에 적합한 형태로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착수회의에서는 각 참여기관 연구진이 모여 전체 사업 일정, 세부 역할 분담, 기술 개발 방향, 협력 체계 등 세부 사항을 공유했다. 특히 돌봄·의료 서비스 프로세스와 로봇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간 연계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두고 논의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이번 사업에서 의료 현장과 가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을 기반으로 연계 돌봄 서비스 로봇 시나리오를 기획·개발한다. 이를 통해 로봇이 수행해야 할 구체적 역할과 서비스 범위를 정의하고, 그에 필요한 기능, 성능, 운영 요건 등 핵심 요구사항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병동, 외래, 응급의료, 가정 방문 돌봄 등 다양한 케어 환경을 반영해 의료진과 환자의 요구를 세밀하게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기술 개발은 단순한 안내·운반용 로봇을 넘어, 사람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을 구현하는 휴머노이드를 의료·돌봄 환경에 투입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동과 제스처, 시각·음성 인식, 안전 제어 등이 통합된 고도화된 로봇 플랫폼이 필요해, 병원 내 실제 업무 플로우를 잘 아는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돌봄 인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이고 표준화 가능한 업무를 로봇이 맡고, 의료진은 고난도 진료와 의사결정에 집중하도록 하는 역할 분담 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실시간 로봇 관제, 병원 환경 맞춤형 로봇 시나리오 설계, 다양한 로봇의 병원 시스템 통합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돌봄·의료 보조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컨소시엄 주관기관 블루로빈은 전동식 자동심폐소생장치 라자로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P-73 개발을 통해 로봇 제어와 의료·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이다. 서울대학교 다이로스 연구팀은 2022년 ANA 아바타 엑스프라이즈 결선에 진출하며 원격 조작 휴머노이드 시스템을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받았고, 부산대학교 타이디보이 연구팀은 로보컵 2025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AI·로보틱스 융합 기술 역량을 입증해 왔다.

 

로봇 제어·인지·자율이동 기술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대학·기업과,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료서비스로봇을 도입해 실증 경험을 축적한 의료기관이 한 팀을 이뤘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 간 간극을 줄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실제 병원 업무 프로세스를 반영하면, 로봇이 현장에 투입된 뒤 수정·보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미연 한림대학교의료원 커맨드센터장 겸 한림대성심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의료기관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관이 단순한 로봇 사용자를 넘어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향후 휴머노이드 기반 돌봄·의료 보조 로봇이 병원과 가정을 연결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2022년 8월 커맨드센터를 중심으로 병원 내 의료서비스로봇 관제·도입 체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 의약품과 검체 운반, 물품 배송, 안내, 환자 교육, 방역 등 다양한 업무에 총 11종 77대의 의료서비스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의료기관 중 최대 규모다. 의료서비스로봇 누적 사용 건수는 이미 7만 건을 넘겨,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고 실질적인 로봇 활용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계기로 휴머노이드 돌봄·의료 보조 로봇의 표준 모델이 도출되면, 장기요양시설과 지역사회 돌봄, 재택의료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안전성과 윤리, 개인정보 보호, 의료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와 로봇 기술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가운데, 기술과 제도의 균형이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여는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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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성심병원#블루로빈#휴머노이드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