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로 갈아탈까"…구글, AI 프로 대폭 인하로 승부수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가격 전쟁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구글이 자사 AI 구독 서비스의 연간 요금을 절반 이상 낮추며 챗봇 시장 판도 재편에 나섰다. 아직 점유율에서는 오픈AI의 챗GPT가 우위를 유지하지만, 제미나이의 분기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2강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금 인하가 구글이 본격적으로 유료 구독 기반 수익 모델을 키우는 신호이자, 사용자 락인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23일 현지시간 구글 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글 AI 프로 멤버십의 연간 구독권을 34만8000원에서 14만원으로 낮추는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1년 이용 기준 59퍼센트 수준의 가격 인하다. 월간 구독도 첫 가입자에 한해 3개월 동안 2만9000원에서 9500원으로 낮춰 제공한다. 기존에 구글 원을 구독한 이력이 없는 사용자만 대상이며, 프로모션은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1년 사용 후에는 다시 정상가로 전환되는 구조다.

구글 AI 프로는 구글의 최신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묶은 통합 구독 상품이다. 사용자는 텍스트와 코드 생성에 활용되는 제미나이 3, 경량 모델인 나노 바나나 프로와 같은 AI 서비스에 더해 2테라바이트 용량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AI 기반 영상 생성 도구 비오 3, 제미나이 3 프로를 활용한 보고서 자동 작성 도구 딥 리서치 등 생산성 중심 기능이 포함돼 있다. 검색, 문서 작성, 영상·이미지 생성까지 하나의 요금제 안에 묶어 경쟁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노린 구성이었다.
특히 이번 가격 인하는 제미나이가 챗GPT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용자 후기가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가격 장벽을 낮춰 체험 사용자를 크게 늘리고, 이를 통해 제미나이를 구글 생태계의 기본 AI로 자리 잡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AI 모델의 성능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많이 쓰는 플랫폼과 요금제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 지표를 보면 여전히 챗GPT의 영향력은 크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퍼스트페이지세이지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 챗봇 시장 점유율은 챗GPT가 61.3퍼센트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제미나이는 13.4퍼센트로 2위권에 머물고 있다. 다만 사용자 증가 속도에서는 추격 흐름이 감지된다. 올해 3분기 대비 4분기 기준 사용자 성장률이 챗GPT는 7퍼센트였던 반면 제미나이는 12퍼센트에 근접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보면 제미나이가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한층 팽팽해졌다. 제미나이 3 공개 이후 오픈AI는 개발 속도를 높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내부적으로 비상사태를 뜻하는 코드 레드를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챗GPT 5.2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출시하는 강수를 뒀다. 생성형 AI 기술 경쟁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출시 시점, 가격 전략, 구독 구조까지 종합적인 속도전 양상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가격 규제보다는 데이터 보호와 AI 안전성 논의가 중심에 서 있다. 다만 이용료 인하로 사용 저변이 빠르게 넓어질 경우, 각국 정부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보안과 소비자 보호 기준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 데이터가 대규모로 AI 학습과 맞춤형 기능에 활용되는 만큼 요금제 확대와 함께 투명한 데이터 처리와 보안 체계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AI 프로 가격 인하가 단기적인 가입자 확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와 검색, 생산성 도구를 아우르는 통합 AI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비용으로 더 강력한 AI 기능과 저장 공간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어떤 생태계에 먼저 가입해 익숙해지는지가 향후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AI 요금 인하 경쟁이 실제 수익성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새로운 과금 모델이 등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