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제동”…오스코텍, 제노스코 편입 전략 재점검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 오스코텍이 추진해 온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 전략에 첫 제동이 걸렸다. 수권주식수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연구개발 자회사 통합과 투자 유치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연달아 부결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에 확산 중인 지배구조 정비 흐름에도 변곡점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스코텍이 어떤 방식으로 제노스코 편입 전략을 조정하고, 주주와의 신뢰를 회복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오스코텍은 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수권주식수 확대를 포함한 정관 변경은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를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총발행주식의 61.5퍼센트에 해당하는 주주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지만, 표 대결에서는 회사 안이 힘을 얻지 못했다.

표결 결과를 보면 주주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양상이 뚜렷하다. 1호 안건인 정관 변경은 찬성 47.8퍼센트, 반대 45.8퍼센트, 기권 6.4퍼센트로 부결됐다. 이어 2호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찬성 44.5퍼센트, 반대 49.1퍼센트, 기권 6.4퍼센트로, 3호 안건인 사내이사 선임은 찬성 47.0퍼센트, 반대 48.9퍼센트, 기권 4.1퍼센트로 모두 가결 기준에 미달했다. 다만 4호 의안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은 통과했다.
오스코텍이 추진한 정관 변경의 핵심은 수권주식수 확대였다. 수권주식수는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최대 주식 수를 뜻한다. 이를 늘리면 향후 유상증자나 제3자 배정 방식의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탄력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오스코텍은 이 여력을 활용해 전략적 투자자 또는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제노스코 지분을 매입해 완전 자회사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려 왔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의 핵심 신약개발 자회사로, 표적항암제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지배구조를 단일화하면 임상 개발 전략과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포트폴리오 조정도 유연해진다는 것이 회사 측의 논리다. 특히 기술 집약적 바이오기업 구조에서는 파이프라인마다 다른 자회사 구조를 유지할 경우,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나 공동개발 협상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 표출된 주주 반대의 핵심은 가치평가와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맞춰졌다. 수권주식수 확대를 전제로 한 추가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제노스코 완전 편입 과정에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기업가치 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제3자 배정 시 어떤 조건이 적용될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글로벌 금리 고점 기조와 바이오 투자 위축 국면이 겹치면서, 추가 자본 조달이 단기적인 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코텍은 공식 입장을 통해 주주들의 판단을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회사 측은 주총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 계획은 향후 주주와의 소통을 거쳐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분간 무리한 일정 압박보다는 절차 정비와 이해관계 조율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동준 오스코텍 전무는 부결 직후 발언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회사 전략에 공감하는 주주 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완전 자회사 추진 과정에서 가치평가와 주주가치 훼손 방지 장치 등에 대해 회사가 보다 세련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꼽았다. 동시에 정기적인 간담회 확대 등 주주소통 강화와 함께, 앞으로 모든 의사결정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는 최근 몇 년간 신약개발 자회사와 지주격 상장사 간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임상과 기술이전의 창구를 단일화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키우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기업가치 평가를 명료하게 하려는 흐름이다. 그러나 지분 교환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수단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 지분 희석, 할인율 논란, 공정한 가치평가 논쟁이 반복되면서, 상당수 프로젝트가 시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오스코텍 사례는 이 같은 구조조정 흐름이 단순한 지배구조 설계 차원을 넘어, 상장사와 주주 간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주주들은 연구개발 효율화를 위한 지배구조 통합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가치평가 방식과 희석 방지 장치, 향후 자본 정책 로드맵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표로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기관·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참여율이 높아진 점도 의사결정 구도에 변화를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를 다시 추진하려면 보다 세밀한 설계와 공개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수권주식수 확대 규모, 신규 투자자 유치 조건, 지분 매입 구조, 소액주주 보호 장치 등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과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신뢰 확보 여부가 향후 파이프라인 가치와 자본 조달 비용에도 직결될 수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총 결과를 계기로,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주주소통 구조를 강화하고 사전 설명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산업계는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어떤 보완책과 소통 전략을 내놓을지, 그리고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 구상이 실제 시장 논리와 주주 요구를 반영하며 재정비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