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인력 많이 필요 없어”…이재명 대통령, 경찰 인력 민생·수사 전환 주문
집회 대응 기조를 둘러싼 논쟁과 경찰 인력 재배치 방향을 두고 청와대와 치안 당국이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시위 진압인력 축소와 민생·수사 중심 인력 운용을 주문하면서, 경찰 조직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경찰청 등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소한 우리 정부에서는 시위 진압을 위한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며 "수사나 민생·치안을 담당할 인원을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현 정부 치안 정책의 무게중심을 집회 대응에서 민생과 수사로 옮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의 시위 대응 조직 규모를 비교해 물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기동대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또 윤석열 전 대통령 때 추가로 대응 조직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각 정부의 집회 대응 인력이 얼마쯤 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이 집회 대응 인력 현황을 보고하자 분위기는 인력 재조정 방향 논의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3천여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단계적으로 줄여 1천여명 정도가 남아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인력 운용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제가 보고 받기로는 집회 참여 인원이 계속 줄어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집회 규모 감소 추세를 근거로 시위 대응 인력의 추가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집회 진압 대기 인력을 그렇게 많이 유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순찰 등에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범죄가 예전과 달리 복잡해지고 있어 수사를 위한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지능형 범죄 증가에 맞춰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순찰과 생활치안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부각한 것이다.
정치권과 경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시위 대응 기조 변화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집회·시위 자유 보장, 현장 안전 확보 등의 과제를 고려할 때 인력 감축 폭과 속도를 둘러싼 논쟁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집회 대응 조직과 수사·민생 치안 인력 배분을 점검하고, 국회 보고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관련 방침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시위 진압 인력 조정과 기본권 보장 수준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