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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NA서 AI·초저선량 전면에…K-의료기기, 글로벌 공략 가속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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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초저선량 기술을 앞세운 K-영상의료기기가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영상의학 학술대회인 RSNA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는 무대로, 올해 행사는 K-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 수준과 사업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업계에서는 포터블 X-ray, 이동형 하이브리드 CT, 초저선량 C암 등 다양한 제품군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저인프라 국가 등 실사용 현장에 한층 밀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클라우드 연계와 데이터 기반 진단 지원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국산 장비들도 사용자 경험과 환자 안전,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노린 맞춤형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포스콤은 RSNA 2025에서 차세대 AI 포터블 X-ray를 처음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환자 체형을 자동 인식해 검사 목적에 맞는 방사선량을 정밀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동시에 그리드 효과 보정과 영상 노이즈 최소화, 촬영 직후 화질 자동 향상, 병변 의심 부위 자동 표시 등 총 5개 AI 기능을 한 장비에 통합했다. 영상 품질 편차를 줄여주는 AI 기반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특히 숙련도가 낮은 사용자도 표준화된 영상 획득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응급 현장이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 시장에서의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량 설계와 고효율 배터리, 초고속 AI 엔진을 적용해 이동성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포터블 X-ray 특유의 기동성을 유지하면서도 내장 컴퓨팅 성능을 높여, 촬영과 판독 보조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는 워크플로우를 지향하는 흐름에 맞춘 것이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CT와 투시, 일반 X-ray 촬영을 단일 장비로 구현한 이동형 하이브리드 CT 디텍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3 in 1 시스템 구조를 통해 병원 내에서 장비별로 분산되던 검사실을 통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장비·인력 운영비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동형 플랫폼으로 구현한 점이 특징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현장 의료 등 환자 이송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장비가 직접 찾아가는 진단 환경을 지향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CT는 여전히 고정형 대형 장비 중심이지만, 중환자 및 외상 환자 진료 패턴이 바뀌면서 이동형 장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회사는 고기동성 모바일 X-ray 트루모바일도 함께 전시해 장비 라인업을 강화했다. 트루모바일은 고해상도 영상 처리 기술을 통해 촬영 재시행률을 줄이고, 판독자가 동일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케이스 수를 높여 의료진 피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전시 기간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 논의를 진행하며 핵심 소재·부품에서 축적한 품질 신뢰를 완성형 장비 포트폴리오로 확장하는 전략을 부각했다.

 

젬스헬스케어는 디지털 C암 XPLUS 55FD와 미니 C암 XScan을 공개하며 초저선량과 미세 골절 진단 성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XPLUS 55FD는 초저선량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대비 방사선 피폭을 크게 줄이면서도 고해상도 영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복잡한 수술 환경에서 C암은 반복 촬영이 불가피해 누적 피폭이 문제가 되는데, 초저선량화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부담을 줄이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직관적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개선된 워크플로우, 조작성 향상 기능은 실제 수술실 환경에서 촬영 포지셔닝과 장비 조작 시간을 줄여 의료진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함께 선보인 XScan은 토모신테시스 기능을 세계 최초로 탑재한 저선량 미니 C암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연속 촬영한 2D 영상을 컴퓨터가 재구성해 실시간 3D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일반 2D X-ray에서 놓치기 쉬운 미세골절과 실금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콤팩트·경량 구조와 고해상도 알고리즘, 초저선량 기반의 안전성 강화는 외래 수술실이나 작은 수술실 등 좁은 공간에서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RSNA 2025에서 확인된 공통 키워드로 AI, 이동성, 저선량 세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통합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장비 자체의 기동성과 사용성, 안전성을 극대화해 특정 진료 환경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시하는 양상이다. 응급·외상·중환자·정형외과 등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에서 국산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후 원격 판독과 병원 정보 시스템 연계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의료기기 인증과 데이터 보안, AI 진단 보조의 규제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각 국가별 인허가와 품질 관리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하느냐가 수출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RSNA 2025를 기점으로 K-영상의료기기가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 중심 경쟁에 본격 진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AI 알고리즘 고도화와 데이터 품질 확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레퍼런스를 토대로 실제 수주와 공동 연구개발 계약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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