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에 새 전략 자산 부과”…김정은, 핵전쟁억제력 역할 확대 시사
북한의 공군력 강화 움직임과 핵전력 전략 조정 가능성을 둘러싸고 한반도 군사 긴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에 새로운 전략자산과 임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28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 공군에는 새로운 전략적 군사자산들과 함께 새로운 중대한 임무가 부과될 것"이라며 "핵전쟁억제력행사에서 일익을 담당하게 된 공군에 대한 당과 조국의 기대는 실로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공군의 역할을 대외 도발 대응으로 규정하면서 "공화국의 영공주권을 침해하려드는 적들의 각종 정탐행위들과 군사적도발 가능성들을 단호히 격퇴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자산의 구체적 내용과 배치 시점은 전해지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재래식 전력,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군력 현대화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북한 매체는 지난 5월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신형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3월에는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유사한 형태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보유 사실을 선전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무기 도입과 개량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장비 공급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기반으로 노후 전투기 교체용 최신 기종 일부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최신 전투기가 결합될 경우 한미 연합공군의 제공권 우위가 일정 부분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날 행사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김주애가 북한 관영매체에 포착된 것은 김 위원장이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을 찾았을 때 수행한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통신은 김주애가 검정 가죽 롱코트를 착용하고 김 위원장과 함께 행사장 일정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갈마비행장 전망대에서 공군의 시위비행, 이른바 에어쇼를 참관했다. 그는 여성 비행사 안옥경, 손주향의 비행을 치켜세우며 "여성들의 존엄을 안고 임무수행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북한 매체는 두 비행사를 "시위비행을 진행한 여성 비행사"라고 소개하며 공군 내 여성 인력 활용을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공군력의 승패를 정신력에 귀속시키는 선전도 병행했다. 그는 "하늘에서의 대결전은 무장장비의 대결이기 전에 사상과 신념의 대결"이라며 "싸움의 승패는 첨단전투기가 아니라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한 비행사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무기 체계의 열세를 사상 교육 강화로 상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창설 80주년을 맞은 공군에 공동축하문을 전달하고 공군사령관에게 북한 최고훈장인 김정일훈장 증서를 수여했다. 북한 당국이 공군 지휘부에 최고 수준의 훈장을 수여한 것은 향후 공군력 강화를 정권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우리 군과 정부는 북한의 공군 현대화 동향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연합 공중훈련과 정보자산 운용을 통해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향후 북한의 공군 전략 변화와 연계된 실험과 훈련 상황을 분석해 한미동맹 차원의 공중 우세 전략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