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7호 초고해상도 광학”…우주청, 첫 교신 성공으로 정밀관측 시대 연다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위성 기술이 국내 우주 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 7호 아리랑7호가 극지 지상국에 이어 대전 지상국과의 첫 교신까지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정밀 관측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0.3미터급 초정밀 영상이 안보와 재난 대응은 물론, 정밀지도와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2일 아리랑7호가 이날 오후 1시 40분경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위성 발사와 분리, 태양전지판 전개, 극지 지상국과의 교신, 핵심 탑재체 점검에 이어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까지 일련의 초기 운용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의미다. 위성 본체와 탑재체 전반의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랑7호는 이날 새벽 2시 21분경 프랑스령 기아나우주센터에서 베가 C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발사 약 44분 후 발사체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된 뒤 오전 3시 30분경 남극 트롤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이 시점에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전지판이 성공적으로 전개되면서 위성의 독립적인 전력 공급 체계도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트롤 지상국 교신 이후 최북단 스발바르 지상국과도 연달아 교신을 진행하며 위성 상태를 종합 점검했다. 특히 초고해상도 영상 데이터 전송의 핵심 장비인 X 밴드 안테나 전개가 순조롭게 완료된 점이 주목된다. X 밴드 안테나는 고용량 지구관측 데이터를 빠르게 내려보내는 역할을 담당해, 향후 본격적인 영상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수차례에 걸친 해외 지상국 교신을 통해 자세제어와 전력, 통신 등 기본 기능을 확인한 뒤, 아리랑7호는 오후 1시 40분경 대전 항우연 지상국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위성 본체와 탑재체의 상태가 모두 양호하다는 점이 최종적으로 검증됐다. 발사에서부터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에 이르기까지 초기 운용의 핵심 절차가 모두 계획대로 마무리된 셈이다.
국내 첫 교신 과정에서는 위성의 정밀한 자세를 제어하는 제어모멘트자이로를 포함해 각종 기능들이 정상 작동하는지도 집중 점검했다. 제어모멘트자이로는 회전하는 플라이휠의 각운동량을 이용해 위성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장치로, 고해상도 관측 위성이 특정 지점을 안정적으로 정밀 촬영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관측 성능뿐 아니라 반복 관측과 신속 대응을 좌우하는 핵심 제어계통이 초기 단계부터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가 된다.
아리랑7호는 앞으로 궤도상 시험과 초기운영을 통해 위성 초기 구동 상태와 탑재체 연동 작동을 계속 점검할 예정이다. 궤도상 시험 단계에서는 관측 센서의 초점 조정과 자세제어 정밀도 보정, 데이터 전송 속도와 안정성 검증 등 실제 서비스 수준의 품질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이 과정을 거쳐 2026년 상반기부터 0.3미터급 초고해상도 지상 관측 영상을 본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0.3미터급 해상도는 지상에서 약 30센티미터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군용에 준하는 고급 상업용 광학 위성 해상도에 해당하며, 전 세계 5개국 안팎만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술이다. 우주청은 이번 발사가 이 같은 초정밀 관측 기술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해 확보했다는 상징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고급 위성 영상은 통신과 기상, 국토 관리, 환경 모니터링, 농업, 해양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데이터 산업을 촉발할 수 있다.
실제 0.3미터급 영상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경우, 국토와 도시 인프라의 변화를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할 수 있어, 재난 피해 지역 파악과 산불 확산 경로 분석, 산사태 위험 지역 사전 점검 등에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항만과 물류 거점, 교통량 변화 분석 등에도 활용되면서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 생산된 고정밀 데이터는 수입 위성 영상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수출용 지구관측 서비스로도 확장될 여지가 있다.
우주항공청은 아리랑7호를 시작으로 정밀 지구관측 위성군을 확대해 국가 위성정보 인프라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우주 개발 경쟁이 심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독자 위성 플랫폼과 탑재체 기술 확보는 우주기반 서비스 산업 전반의 주도권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향후에는 초고해상도 광학 영상뿐 아니라 레이더 기반 관측, 다중 분광 센서 등을 결합한 융합 데이터 서비스로 확장할 여지도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현재 궤도상에 안착한 아리랑7호가 태양전지판과 안테나 전개 등 모든 초기 운영 절차를 완벽히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인 우주개발을 통해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위성 정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위성이 계획된 궤도상 시험을 무리 없이 마친 뒤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고해상도 위성 데이터 경쟁에서 얼마나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