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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안식처, 병목안시민공원”…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흐려지는 안양의 가을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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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양 곳곳을 산책하거나 작은 여행처럼 걷는 사람이 늘었다. 예전엔 흔한 도시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삶의 한 장면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한층 달라진 일상의 감각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병목안시민공원이다. 과거 채석장이었던 이 부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65m 인공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5만여 그루의 야생화로 계절마다 색을 입힌다. 아이들이 뛰노는 복합 놀이시설과 산책로, 잔디광장이 포근하게 펼쳐져 있어 SNS엔 이른 아침 공원 풍경이나, 저녁 햇살과 어우러진 사진 인증이 유행이다. 실제 강수진(34·안양 거주) 씨는 “숲길을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내 안에 고요가 다시 밀려온다”고 표현했다.

안양천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안양천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안양시는 최근 공원 방문객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을엔 병목안, 안양천, 학의천 등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공원 산책이 인기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 속 리프레시 욕구의 확장’이라 부른다. 박성현 도시환경연구원 연구원은 “주변에서 쉽게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지역민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삶의 속도와 감정을 조율하게 한다”고 해석했다.

 

또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도심의 실내 공간, 슈퍼윙스키즈카페 안양점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부모들은 “비행기 테마 속에서 아이가 날개를 단 듯 신나게 논다”며 만족감을 전한다. 한편 동네 곳곳의 토끼네빵, 리띵커피 범계 같은 소박한 빵집·브런치 카페도 인기다. “동네 공원 산책 후, 커피 한 잔과 따끈한 빵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지역주민들의 후기처럼, 이 작은 루틴이 지친 일상에 온기를 더한다.

 

잠시 들른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은 여전한 활기로 가득하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 정겨운 흥정 소리, 분주한 손길이 어우러진 장터 풍경은 도시인에게 잊고 지낸 생동감을 불러온다. “시장에선 하루가 느리게 흐르면서도, 에너지가 가득해 자주 찾게 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나도 저기 가봤다”, “그곳에선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는 공감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누군가는 그저 지나치던 공간에서, 또 누군가는 새롭게 눈떠보는 사계절의 변주 속에서 아주 사적인 위로를 발견하고 있다.

 

이런 발견과 선택들이 곧 우리 삶의 리듬을 조금씩 바꾼다. 안양의 가을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도시와 자연,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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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병목안시민공원#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