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컹컹 기침에 목소리 잠기면”…후두염, 방치 땐 기도 위협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 같은 기침과 목소리 잠김이 동반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후두염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3세에서 7세 사이 소아에게 흔한 급성 후두염은 짧은 시간 안에 후두 점막이 부어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 곤란과 저산소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의료계는 겨울과 환절기를 중심으로 후두염 환자가 반복적으로 증가한다며 감염경로 차단과 예방접종을 통한 선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후두염은 후두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염증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후두개염, 후두 기관지염, 후두 기관 기관지염 등으로 세분된다. 발병 초기에는 콧물과 미열 등 일반적인 상기도 감염 양상과 비슷해 보호자가 감기를 의심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염증이 진행되면 후두 점막이 붓고 기도 내경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특유의 ‘컹컹’ 하는 건성 기침이 두드러진다.

원인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다. 특히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체 후두염 원인의 7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데노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후두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주된 병원체로 꼽힌다. 세균이 관여할 경우 증상이 더 급격하고 심하게 나타나는데,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가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이 균에 의해 후두 덮개에 염증이 생기는 후두개염은 염증 범위가 제한적이어도 갑작스럽게 기도가 막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소아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후두염의 임상 경과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감기와 같은 상기도 증상이 대개 2일에서 3일가량 이어진 뒤 후두 부위 염증이 심해지면서 위험 시기가 찾아온다. 이 시점에 후두 점막 부종이 기도 내경을 좁히고, 숨 쉴 때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가 제한되면서 거친 호흡음과 함께 기침음이 변한다. 아이가 숨을 들이마실 때 콧구멍이 크게 벌어지고 들썩이거나, 흉곽과 명치 부위가 안으로 쑥 들어가는 흡기 노력 호흡이 보인다면 기도 협착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해석된다. 저산소증으로 진행되면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입술과 손톱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관찰될 수 있다.
특히 후두염 증상은 야간에 악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낮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내던 아이가 저녁 무렵부터 ‘컹컹’하는 기침과 쉰 목소리를 보이기 시작하고, 밤사이 기침 발작과 호흡 곤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급성 연축성 후두염은 밤과 새벽에 증상이 급격히 심해지는 형태가 특징으로, 보호자가 단기간에 상태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계절적으로는 온도 변화가 큰 겨울에서 봄 사이에 바이러스가 활발해지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바이러스성 후두염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세균성 후두개염의 경우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헤모필루엔자 인플루엔자 B에 감염된 후두개염은 항생제 치료와 더불어 기도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현재 영유아 시기에 시행되는 Hib 예방접종은 이런 세균성 후두개염을 효과적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으로 특정 병원균에 의한 중증 후두염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일반적 후두염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예방과 악화 방지를 위해서는 생활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겨울철처럼 실내 환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공간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의료진은 유치원이나 학원 등 밀집도가 높은 시설의 경우 감염기에는 마스크 착용, 주기적인 환기, 교차 감염 최소화를 위한 동선 분리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외출 후 손을 비누로 충분히 씻고, 얼굴과 코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는 기본 위생 수칙만으로도 호흡기 감염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상태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기침과 콧물 수준에서 머무는지, 아니면 밤사이 기침 소리가 바뀌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나 흉부 함몰이 동반되는지에 따라 의료기관 방문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말을 하거나 울 때 목소리가 심하게 잠기거나, 침을 잘 삼키지 못하고 계속해서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후두부 부종을 의심해 즉시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청색증 징후나 의식 저하가 동반되면 응급실로 곧바로 이송하는 것이 권고된다.
후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감염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방접종을 통해 중증 세균성 후두개염 위험을 낮추고, 일상에서 손 씻기와 실내 환기, 군집 환경 관리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면 발병과 악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산업계에서는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 키트와 백신 플랫폼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소아 호흡기 감염 예방 전략이 정교해지고 있어, 향후 후두염을 포함한 소아 호흡기 질환 관리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현장은 겨울철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기에 후두염 환자 관리 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