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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교부 예산 15.5% 감액”…ODA·국제기구 분담금 줄고 재외공관 예산 늘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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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감액을 둘러싼 재정 압박과 외교 역량 유지 사이 긴장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 예산이 3년 만에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공적개발원조와 국제기구 분담금이 직격탄을 맞았고, 대신 재외공관 기능 강화에 재정이 더 배분됐다.

 

외교부는 3일 내년도 예산이 3조6천152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이 의결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예산 4조2천788억원과 비교하면 6천636억원, 약 15.5%가 줄었다. 외교부는 대내외 재정 여건 악화 속에서 대전환 국면의 국제질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축소의 핵심 요인은 공적개발원조 예산 감액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ODA 예산은 올해 2조8천93억원에서 내년 2조1천861억원으로 줄었다. 금액으로 6천억원 이상이 삭감된 셈이다. 특히 인도적 지원 분야 예산이 2025년 6천702억원에서 내년 3천355억원으로 줄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쟁, 자연재해, 감염병 등 긴급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기구 분담금도 함께 줄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 납부하는 분담금은 올해 8천262억원에서 내년 6천818억원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내 발언력과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한 조정이라는 반론이 맞설 전망이다. 한국국제협력단 출연금 역시 1조2천955억원에서 1조1천389억원으로 줄었다. KOICA의 개발협력 사업 규모와 범위에도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외공관 예산은 소폭 늘었다.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초국가 범죄 피해가 재외국민에게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력과 대응 역량 강화 필요성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재외공관 인건비는 2천992억원에서 3천123억원으로 증액됐고, 재외공관 행정직원 역량 강화 예산도 2천244억원에서 2천358억원으로 늘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인력 운용을 안정화하고 사건사고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쓰겠다고 했다.

 

신규 사업도 일부 포함됐다. 미국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5억원이 처음 편성됐고, 한중 우호 정서를 높이기 위한 사업에 6억6천만원이 배정됐다. 한중 관계가 경색과 완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민간·지역 차원의 우호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2028년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수임 기반 조성 예산 2억5천만원도 반영돼, 한국이 향후 G20 의장국 역할을 준비하는 작업도 시작된다.

 

외교부는 예산 감액 속에서도 핵심 외교 과제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예산을 내실 있게 집행함으로써 대전환을 겪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적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과 국제적 책무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결산과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외교부 사업 집행 성과를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도 내년 초부터 각국과의 외교 일정과 국제회의 준비 상황에 맞춰 예산 배분을 세밀하게 조정하겠다고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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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oda#ko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