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적격성 심사 압박”…파두, 1천억 수주에도 거래재개 불투명
메모리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며 거래정지 상태에 놓였다. 지난 한 달 사이 1천억 원대 신규 수주를 따내며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부각되고 있지만, 상장 적격성 심사라는 불확실성이 겹치며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법리 판단과 별개로 거래 재개 시점과 조건에 따라 파두의 기업가치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두[440110]의 주권은 18일 한국거래소의 주권매매 거래정지 조치 이후 2만1천250원에 묶여 있다. 앞서 검찰이 파두의 이른바 뻥튀기 상장 의혹과 관련해 기소를 결정했고, 이 내용이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검토로 이어지면서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통상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실질 심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파두의 사업 실적이 같은 기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최근 한 달간 1천억 원대 신규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수주 규모와 고객 다변화 추세 등을 근거로 파두가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조 속에서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사법 리스크가 워낙 크다 보니 펀더멘털 개선은 투자 판단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파두 사례에 대해 상장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면 향후 실적과 무관하게 기업 지속 가능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며 거래소의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 개선기간 부여 등 절차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파두를 계기로 성장주 공모주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기술특례·성장성 특례 상장 기업 가운데 상장 이후 실적 부진이나 내부통제 이슈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 이슈가 전체 기술주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모가 산정과 공시 체계에 대한 제도 보완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과 거래소도 상장 심사·사후 관리 기준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회계·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대신,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에는 상장 유지 요건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투자자 신뢰 회복 없이는 공모 시장 위축과 기술 기업 성장 자금 조달 차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두의 과거 주가 흐름을 되짚어보면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기 전까지는 성장주 프리미엄을 받으며 등락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뻥튀기 상장 의혹과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고, 거래정지 직전에는 상장 초기 대비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상장 적격성 심사 결과, 실적 가시성, 시장 신뢰 회복 속도에 따라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향후 파두 이슈는 단일 종목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 절차와 결과, 그리고 뒤따를 제도 개선 방향에 쏠리고 있다.
